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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타임캡슐」매설계기로 본 내용물·보존방법|5000년뒤 현대의 인류문명을 한눈에 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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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금년 9월22일로 창간20주년을 맞는 중앙일보사는 성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타임캠슐 매설사업을 벌인다. 타임캠슐이란 한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각종 물건들을 특수용기에 담아 땅속에 보관시켰다가 일정기간이 지난후에 후손이 발굴하도록 하는 인류문화유산의 보존 방법. 1985년 현재의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문화와 과학기술등의 제품을 특수 금속용기에 담아 지하에 묻을「중앙일보 타임캡슐」은 5백년후인 서기2485년에 발굴토록 되어있다. 중앙일보 타임캡슐매설을 앞두고 지금까지 세계에서 제작·매설된 타임캠슐에 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미, 38년 세계박람회기념 첫시도 생활용품등을 땅속15m에 묻어|원형보존위해 모든 지혜 총동원…매설위치·넣은품목등 책으로 엮어 각국서 보관
인류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더라도 생활하는 가운데 생기는 문화유산을 남기게 된다. 석기시대의 돌도끼·돌화살등이 오늘날도 발굴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돌이나 철을 원료로 한 일부 생활유산 이외에는 의식적인 보존을 하지 않는 한 후세까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기가 어렵다.
피라미드라는 특수한 토지제도가 없었다면 오늘날 4천5백년전 고대이집트의 문화가 그만큼 화려했었다는 인류의 긍지나, 당시 그들의 생각을 읽을수 있는 자료는 생각할수도 없었을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마음만 먹으면 장기간 물건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착안해서 특정한 물건을 금속용기에 담아 땅속에 묻는다는 발상을 해낸것이 미국의 웨스팅 하우스 전기회사.
1938∼39년 뉴욕에서 있었던 세계박람회를 기념하기위해 38년의 미국 또는 세계를 상징할수 있는 물품들을 선정, 땅속에 묻으면서 처음으로 타임캡슐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웨스팅 하우스 타임캡슐I 이후1940년 미국 오글레도르프대학에서도 또다른 타임캡슐을 매설했으며 65년에는 다시 열린 뉴욕박람회를 기념, 웨스링 하우스타임캡술II가 타임캡슐I 옆에 매설됐다.
67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한 타임캡슐이, 70년에는 일본이 오오사까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타임캡슐 엑스포70」2개를 매설했다.
따라서 특정건물이나 기념탑등의 밑에 묻는 넓은 의미의 타임캡슐을 제외한다면 본격적인 타임캡슐은 세계적으로 5회에 걸쳐6개가 묻혀진 셈이다.

<타임캡슐 i>
타임캡슐의 시조라고 볼수 있는 웨스팅 하우스 타임캡슐I은 내부지름 15cm, 길이 2·29m의 어뢰모양으로 뉴욕박람회가 열렸던 롱아일랜드 플러싱 메도공원 지하 50피트(15·2m) 에 묻혔다.
캡슐의 개봉연도는 1939년으로부터 5천년후인 6939년. 5천년동안 지하에 묻혀있으면서도 부식되지 않게끔 구리·크롬·은등을 석어 만든 쿠펄로이라는 특수합금으로 캡슐의 본체를 만들었다.
7개의 작은방을 가진 타임캡슐I에는 섬유·플래스틱·금속·각종씨앗등 75개의 기초 물질과 여성용모자·안전핀·깡통따개·칫솔·만년필·시계·화장품·카메라·전구·곡식등 35개의 생활용품들이 수장됐다.
또「아인슈타인」박사가 미래에 전하는 메시지, 상대성이론을 설명한 논문과 함께 각종 책·신문캐털로그·사진등을 마이크로필름화한 자료와 뉴스영화가 들어있다.
뉴스영화는「프랭클린·D·루스밸트」대통령의 연설장면서부터 마이애미의 패션쇼까지 1938년을 잘 나타낼수 있는 내용을 수록하고, 5천년뒤 마이크로필름과 뉴스영화를 재생해 보기위한 영사기제작방법까지 상세히 기술해놓았다.

<타임캡슐ii>
타임캡슐I을 매설한 웨스팅하우스사는 1964∼65년 다시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65년10월16일 타임캡슐II를 타임캡슐I에서 3m 떨어진 곳에 묻었다. 타임캡슐II도 개봉연도는 캡슐I과 마찬가지로 서기 6939년.
웨스팅 하우스사는 38년에 묻은39년캡슐이후 25년간 인류의 과학진보는 달에 인공위성을 보낼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보완적인 의미의 타임캡슐이 필요하다고 보고 두번째의 캡슐을 제작했다.
3개의 칸으로 나눠진 타임캡슐II는 38년것과는 달리 좀더 내부식성이 강하고 강도가 높은 크로마크라는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되었다. 길이는 캡슐I과 같은2·29m,지름은 18cm로 캡슐I보다 약간 커졌다.
캡슐II에는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예술가 14명과 유럽등 세계4개지역에 설치된 위원회에 의해 선정된 45개의 품목이 수장됐다.
주요한 수장품은 50개의 별이 그려진성조기·성경·크레디트카드·전자시계·콘택트렌즈·냉동건조식품·볼펜·비키니수영복·트랜지스터라디오·신경안정제·필터담배·항생제·화학섬유·컴퓨터의 기억용 칩·플래스틱 심장판막·레이저용루비·씨앗·피임약·비틀즈의 음반·뱅가드 위성의 부품·에코II위성의 부품·최초의 원자력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제원등이다.
그밖에도 세계지도·유엔활동에 관한 기록·미국의 각종통계·세계연감등 약5만페이지분의 정보가 2백피트짜리 마이크로필름에 수록되었다. 또 1938년이후 25년간에 수록된 녹음테이프중 유명인사의 음성과 각종 소리를 담은 테이프가 들어있다.

<타임캡슐 expo 70>
70년 오오사까에서 열린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의 매일신문사와 마쓰시따(송하) 전기가 공동주관해서 매설한「타임캡슐 엑스포70」은 모양이나 수장품목에서 큰 특징을 갖고있다. 또 일본전역의 관계자들과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5백여명의 많은사람이 이일에 매달렸을 정도로 사업의 규모가 컸다.
지름1m, 무게1·74t의 단지모양의 구형인 이 타임캡슐은NTKI22AT라는 니켈·크롬등을 주로한 특수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형 타임캡슐중 특이한 점은 똑같은 2개의 캡슐을 2층으로 묻고 위의것은 중간중간 점검을 하도록 한것. 지하 14·37m에 격납된 1호기는 5천년후인 서기 6970년에 개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하 9·5m, 1호기 바로 의에 격납되어있는 2호기는 매실 30년후인 서기 2000년에 1차 개봉해서 내부 보관상태를 점검한 다음 다시 격납하고 그후로는 1백년마다 한번씩 꺼내 점검, 서기 6900년까지 50회의 점검이 끝나면 70년후인 6970년에 1호기와 함께 영구 개봉된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많은 나라라서 타임캡슐 매설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가지조건을 검토해 선정된 곳이 문화재로 장기간 환경 훼손의 위험이 적고 지층이 안정된 오오사까성내 공원지역.
일본의 타임캡슐은 내면적이 크기때문에 20세기를 대표할수있는 각종 물품과 기록류를 2천98점이나 수장하고 있다.
수장물품선정위원회와 저명인사에 대한 앙케트조사, 국내 일반공모등을 거쳐 선정된 물품들은1970년의 일본을 대표할수 있는 것들이다. 헬륨·알루미늄·금·카드뮴등 순도 99·9% 이상의 원소와 합금등 56종을 비롯해 반도체의 재료·뉴시래믹스·자석·탄화티타늄·초소형TV·초소형테이프레코더·FM·AM의 초소형라디오·손목시계·전기밥솥·LSI(대규모집적회로)등의 금속·기기·전자제품등이 들어있다.
그밖에도 신문·잡지·단행본·팸플릿·각종사진·마이크로필름·그림·레코드·녹음테이프·옷·각종씨앗·미니어처비행기·미니어처기차·구두·식기·카메라등 무척 다양한 물품들이 29개의 스테인리스 용기에 넣어져 캡슐안에 보관되어 있다.
특히 이같은 자료들을 5천년후의 사람들이 재생해 볼수 있게끔 레코드플레이어·테이프레코더헤드·마이크로필름판독기·16mm토키영사기등의 실물을 넣어둠으로써 보관만 잘되면 1970년대 인간들이 갖고있던 과학문명과 문화를 한눈으로 알아볼수 있게했다.

<기타 타임캡슐>
이들 웨스팅 하우스 타임캡슐과 일본의 타임캡슐이외에도 오글레도르프 캡슐이 있다. 1940년미국 조지아주 아틀랜타에 있는 오글레드르프대학 본관밑에 묻은 타임캡슐은 금고형으로 마이크로필름·각종 물건들의 축소형모텔·인간의 생활 전반을 담은 영화필름이 수장되어 있다. 오글레도르프 타임캡슐은 매설후 6천1백73년후인 서기 8113년에 개봉하도록 되어있다.
67년 몬트리올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하에 묻은 몬트리올타임캡슐은 1백년후인 서기2067년에 개봉하게 된다.
웨스팅 하우스 타임캡슐의 경우 냄새가 나거나 산성을 띠고있는 물체는 별도의 용기속에 보관했으며 씨앗등은 유리관속에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도록 밀폐돼 캡슐속에 수장했다. 모든 수장품을 캡슐안에 넣고 난 다음에는 내부의 공기를 모두 뽑아내고 그대신 질소가스를 채워 물품의 변질이나 성능저하를 예방하고 있다.
물건을 많이 수장한 일본의 캡슐은 더욱 세심한 취급이 필요해 29개의 보관상자속에 수장됐다. 신문·잡지등 종이류는 가열·방사선·산화에틸렌등의 방법으로 완전히 살균했으며 씨앗 등은5%정도의 습도와 공기를 넣어준 석영관속에 밀폐시켰다.
변화가 예상되거나 성질이 열화될 우려가 있는 염화비닐·고무등이 사용된 제품은 가능한한 금속등 다른 재료로 대체되어 특수제작됐으며, 기록용 각종 필름은 필름막면의 은이 2백∼5백년정도밖에 견디지 못해 모두 금으로 바꿔주는 특수공정을 거치기도 했다. 또 용기는 진공을 만든후 아르곤 가스로 채웠다.
여하간 l938년, 1965년, 1970년의 인간이 갖고있는 지혜와 기술을 모두 동원해 5천년후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재현해 볼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졌다.
일부 타임캡슐은 5천년후에 개봉되도록 정해져 있으므로 5천년간 이 캡슐이 땅속에 그대로 잘 보존되는 문제와 함께 이들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보물섬 지도」인 기록서 따르게 된다.
5천년사이 화산이나 지진활동이 매설지 부근에서 일어난다거나 매설지의 주변환경이 전연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사는 39년에 타임캡슐I의 매설위치·캡슐의 제원·수장품목을 적은 3천권의 책을 특수잉크와 특수종이로 제작, 전세계도서관과 박물관등에 보냈고 66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타임캡슐II의 기록서를 남겼다.
일본도 일어판을 비롯, 각국어로 캡슐의 위치·개봉방법·내용물등을 상세히 적은 2백95페이지짜리 기록서를 만들어 각국에 보급, 5천년후 어느곳에 남게될지 모를 기록서에 의해 타임캡슐을 발굴하도록 조치를 취해놨다.

<최정민 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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