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식품, 경찰에 공개수사요구|협박사건후 처음 "범인과의 거래는 모방범죄 불려"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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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명식품회사에 대한 독극물협박사건이 꼬리를 물고있는 가운데 『4천만원을 내지않으면 제품에 독극물을 넣겠다』는 협박편지를받은 청보식품 (라면제조업체·대표장기단)이 이례적으로 경찰에 공개수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협박편지나 전화를 받은 회사들 가운데 삼양식품과 한국화약을 제외하고는 경찰 몰래 범인의 요구대로 현금을 은행 온라인구좌에 임금시키는등 「부도덕한거래」를 하기까지 했으나 사건의「공개수사」를 요청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보식품측은『협박범이 노리는것이 단지 청보식품만이 아닌 식품업계 전체이고 그것은 결국 소비자를 노리는 것이기 때문에「소비자보호」와「기업윤리」를 지키기위해 공개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보식품 본사와 공장에 2통의 협박편지가 배달된 것은 지난8일 하오 현금을 주지않으면 청보의 제품에 0.3∼0.5g의 청산소다를 넣겠다는 내용이었다.
회사측은 즉각 중역회의를 열어 『범인에게 굴복해 조용히 지낼 것인가』『공개수사로 협박범을 굴복시킬 것인가』를 심각히 논의했다. 2시간여의 논의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장사장은 결국 후자를 택했다. 『어떤 경우라도 소비자가 다쳐서는 안된다. 굴복하면 제2, 제3의 범행이 잇따른다』는 것이 장사장이 내린 결론이었다.
회사측은 우선 경찰과 함께 범인의 요구대로 2월11일자 일간스포츠에 「박영자 미희가 아프다 속히 돌아오라, 부천」이란 광고를 내 돈을 줄 (?)의사를 밝힌뒤 12일상오10시쯤 공작원을 서울반포동구 반포아파트의 금씨다방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범인은 전화를 걸어 『용산역 부근의 모다방으로 오라』했고 다시 『사당4동 상신아파트5동 지하실에 돈을 놓고가라』고 했다. 돈보따리를 든 공작원은 다시 이곳으로가 2시간가량 기다렸으나 범인은 눈치를 챈듯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요행수를 노린 단순한 모방범죄꾼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면서 『일부회사가 협박범의 요구대로 3천만원씩을 은행 온라인구좌에 임금한 것이 모방범죄를 자극한것 같다』며 『공개수사를 요청한 청보식품은 물론 협박에 굴하지 않고 사건을 즉각 신고해준 삼양식품과 한국화약등 3개사는「소비자보호」와 「기업윤리」의 차원에서 금메달 감』이라고 고마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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