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대권 위한 포석 아니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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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선 후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하자 친박계 인사들은 “대권 때문에 원래 그만둬야 하는 사람이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 측은 “어차피 김 대표는 대권이라는 꿈 때문에 늦어도 6월엔 그만두려고 계획했던 사람”이라며 “김 대표가 1~2달 먼저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생색을 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 면피용 발언 의심도
김무성 측 “대권과 무관” 선 그어
새 대표 뽑는 전대 앞당겨질 듯

당권·대권을 분리한 새누리당 당헌상 대선 출마자는 대선(2017년 12월 20일) 1년6개월 전인 6월 19일까지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선 김 대표의 사퇴 발언을 “대권 행보를 위한 포석”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 측은 “대표직 사퇴는 대권과 상관없는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박계 인사들 중에선 ‘살생부 논란’ ‘옥새 파동’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대표가 총선 결과에 대한 면피용으로 ‘선수’를 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문종 의원은 “선거 후 김 대표에 대해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과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미리 (대표직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이유 여하를 떠나 선거운동도 시작되기 전에 당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정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의 비판과 별개로 중도적인 입장에 있는 인사들도 김 대표의 사퇴는 예견된 수순이란 반응을 내놨다. 당 관계자는 “공천과정에서 ‘내가 책임진다’며 물러서지 않은 만큼 선거 직후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사퇴한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지, 원유철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지 여부에 대해선 “그때 가서 당규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 통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5~6월 조기 전당대회로 가는 수순이 될 것 같다”며 “친박계도 최경환 의원을 중심으로 세를 결집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권 싸움이 예상보다 한두 달 빨라지는 셈이다.

관훈클럽 토론회를 마친 김 대표는 ‘대통령 존영(사진)’으로 논란을 빚은 대구시당을 찾았다. 하지만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지지자들이 “김무성 물러가라” “이재만을 살려내라”며 항의하는 바람에 김 대표는 다른 입구로 회의장에 입장했다. 하지만 회의장 안에선 "한 번 안아 달라”는 친박계 최경환 의원의 말에 악수 후 웃으며 포옹해 눈길을 끌었다.

◆최경환·유승민 조우=최 의원과 탈당한 유승민 의원이 이날 대구 지역행사에서 마주쳤다. 유 의원은 동화사에서 열린 주지 스님 취임법회에 탈당파인 류성걸·권은희 의원과 함께 참석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최 의원은 세 사람을 만나자 어색한 표정으로 “잘 계시 냐.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간단하게 답하며 자리에 앉았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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