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은 숨기고, 수사당국은 찾고…마약밀수 수법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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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반책 A씨(50)는 지난달 2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공급책에게 필로폰 200g을 전달받았다. 운반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필로폰을 신발 깔창 아래에 숨겼다. 출국하기 전 엑스레이(X-Ray) 검색대에 모든 짐을 올리고 금속탐지기로 신체 수색도 받지만 대부분 신발을 벗으라고는 하지 않기때문이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그는 출발지, 연령대, 수화물 수 등을 분석하는 '여행자 분석'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마약류 밀수가 의심되자 세관에서 집중 검색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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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A씨를 검거한 이후 통화내역 등을 추적해 필로폰 밀수를 지시한 국내 유통책(53)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구속했다.

공항과 항만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이들의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다. A씨처럼 신발 깔창 밑에 숨기거나 봉제인형, 여행가방 손잡이에 숨기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중국동포 B씨(28)는 보따리상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중국의 마약공급책은 지난 13일 중국 단둥(丹東)항에서 보따리상에게 여행가방 2개를 전달했다. 이 가방의 플라스틱 손잡이 봉 안에는 필로폰 606g이 들어있었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이 보따리상으로부터 필로폰이 든 여행용 가방을 전달받는 B씨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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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필로폰을 토끼 봉제인형에 넣어 국제특급우편으로 받으려던 태국인 여성 5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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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 목적으로 3개월 전 입국한 이들은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하기 위해 태국으로 연락해 국제특급우편으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엑스레이 정밀 검색을 하던 세관이 토끼봉제 인형 안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확인해보니 필로폰 18.38g이 비닐봉지 5개에 각각 담겨 인형 안 솜뭉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인천지검 강력부(박상진 부장검사)는 30일 인천세관 등과 함께 올해 3월까지 마약사범을 집중 단속한 결과 모두 28명을 구속하고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서 필로폰 2㎏(66억원 상당)과 대마 1.2㎏(1억2000만원)을 압수했다. 필로폰은 6만6000명, 대마는 2400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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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마약사범들이 점점 머리를 쓰면서 필로폰 등을 숨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공항에서 휴대품 검색을 강화하고 우범자 식별 지표를 보강해 정밀검색 대상자를 지금보다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인천지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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