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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첨단기술 개방이 모든 나라에 이익"|일 통산성「아마야·나오히로」<천욕직홍>고문 특별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본지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매주 1회 연재하고 있는 장기기획물 「21세기를 연다」는 본사 특별취재팀의 기사 외에 21세기를 예측하는 국내·외 석학들의 기고를 매월 1회 싣고 있읍니다.
인간은 일하는 동물이다. 일의 2대 요소는 정보와 작업이다.
정보란 일을 될 수 있는 대로 목적에 맞게하는데 필요한 일체의 인식을 말한다. 여우를 잡는 일을 위해서는 여우의 모습·습성과 최근의 출몰 현황, 그리고 필요한 도구 등에 관한정보가 있어야 한다.
정보없이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정보만으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인 작업이필요하다.
따라서 일이란 정보에 의해서 제어되는 작업을 수행해서 목적에 도달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서 일의 능력용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원숭이와 다르다. 종이와 붓·먹을 이용하여 정보능력을 증폭시킨다. 몽둥이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거나, 말을 타거나 해서 수족의 작업능력을 증가시킨다.
문명이란 인간노동의 성과의 총체다. 문명의 성공은 하드웨어인 도구와 소프트웨어인 사용방법의 진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도구의 역사를 보면 작업용 도구의 진보가 정보용 도구의 진보보다 훨씬 앞섰다.
작업용 도구의 진보는 재료의 진보와 에너지의 진보로 대별된다.
사용재료에 의해서 문명은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구분된다.
도구를 움직여 작업하는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원으로서는 수십만년 동안 인력·우마·풍수력 등이 사용되다가 열에너지원으로서 숯이 사용됐다.
그러나 2백년전 쯤 증기기관이 발명됨으로써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에너지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증대됐다.
증기기관으로 기계를 작동시킴으로써 석탄의 대량 증산이 가능해졌다. 석탄의 증산은 곧 철의 대증산을 가져왔다.
증기기관 출현 이전에도 도구로부터 진화된 원시적인 기계가 존재했다. 그것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은 인력이나 수력이었기 때문에, 그 능력은 아주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석탄 에너지와 철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기계는 급속도로 복잡해지고 대규모화·고성능화 하여 산업혁명이 진전됐다.
19세기의 자본주의는 증기기관 자본주의였다. 그것으로 움직이는 기계용 소유·이용하는 자는 소수의 자본가 였다. 다수의 노동자는 노동만 할 뿐 스스로 기계를 소유하거나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증기기관은 오늘의 기준에서 보면 열효율이 낮고 중후장대하며 값도 비쌌다.
이같은 결점을 극복키 위해 새로이 개발된 동력원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였다. 이것들은 열효용이 높고 작동이 편리하며 경박단소하고 값도 쌌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출현으로 기계의 소유와 이용은 민주화될 수 있었다. 특히 전기모터는 내연기관보다도 한층 경박단소하여 냉장고나 청소기·전축 등 기계를 일반가정의 구석구석에까지 보급시켰다.
모터는 공장의 생산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전선이 닿는곳에서는 누구든지 설치하여 여러대의 기계를 작동시키는 자본가가 될 수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이것은 증기기관 자본주의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내연기관은 원래 석유에너지로, 전기모터는 전력으로 각각 가동된다. 당초엔 발전이 수력과 석탄에 의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발전소의 입지에 제약이 많았고, 전력의 보급도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후 석유가 발전에 이용됨으로써 그같은 제한은 크게 완화됐다.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19세기의 증기기관 문명은 석탄문명이었으나 20세기의 내연기관·전기모터 문명은 석유와 전력의 문명이다.
석탄문명은 영국이 주도했으나 석유·전력문명은 미국이 주도했다.
그것은 미국이 석유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대의 원인은 미국의 사회체제가 영국보다도 훨씬 민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영국보다도 기계의 소유와 이용의 민주화를 요청하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문명에 보다 적합한 사회다.
제2차대전후 미국의 ①민주주의·자유주의 이념과 체제 ②미국식 생활양식 ③석유문명의 기술 등 세가지가 자유세계 전체에 대량 수출됐다.
이 세가지 요소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서로의 보급을 크게 가속시켰다.
미국식 석유·전력 문명이 세계로 확산돼 나가는 과정은 60년대 말까지 계속됐다.
이과정의 경제적 측면이야말로 우리가 경험한 공전의 고도성장이다. 이성장의 물리적 원동력은 석유에너지다. 미국에서는 1인당 하루의 에너지 소비량이 27만킬로칼로리(석유27ℓ)에 달했다.
그러나 유한한 지구위에서 무한한 성장이 계속될 수는 없다. 70년대에 들어 석유·전력 문명의 변조가 뚜렷해지고 그 성장속도는 급격히 둔화됐다.
그 원인은 네가지다. ①석유기술 문명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감쇄되고 ②신규 유전발견이 급감하고 산유국 중동의 정치정세가 불안해졌다. 또 ③석유·전력문명이 필요로 하는 환경자원의 유한성이 강하게 의식됐고 ④석유·석탄 등 문명의 이기가 널리 보급돼 수요의 신장이 저하됐다.
미국을 선두로 하는 선진공업국의 경제는 71년의「닉슨 쇼크」를 고비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후 고도성장시대의 종말일뿐 아니라 20세기 초에 시작된 석유·전력 문명시대, 18세기 말에 시작된 에너지문명시대, 그리고 유사이래 계속돼온 작업문명시대 모두의 사양화를 의미한다..
하나의 문명, 하나의 시대의 종말은 새로운 문명,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촉진시킨다. 지금 우리는 그 새로운 문명, 즉 정보·전자문명의 서광을 보고있다.
20세기 중엽이후 정보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반도체를 이용한 영자·통신위성·디지틀통신 등의 기술이 점차로 실용화되고 기술발전은 더욱 가속화됐다.
인류문명은 수십만년 계속된 작업기술 중심의 시대에서 정보기술 중심의 시대로 미증유의대전환을 하고 있다. 현대는 사상 보기드문 문명의 과도기다.
자유세계 선진공업국이 직면하고 있는 기본과제는 석유·전력문명에서 발생하는 썰물과정보·전자문명에서 발생하는 밀물이 상충하는 위험한 바다를 어떻게 헤어나서 경영을 빨리 안정시키고 밀물을 따라 항해하느냐 하는 것이다.
석유·전력문명은 선진공업국에선 정체기에 들어섰으나 발전도상국에서는 지금부터가 상승기다. 개도국의 석유·전력문명형 산업의 경쟁력은 점차 강화되어 구미와 일본의 산업은 심한 경쟁의 고민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선진국들이 보호주의로 대응하는 것은 안이한 도피 행위이며 지옥에서 거미줄을 타고 천국에 오르려는 「간다다」처럼 어리석고 사악한 일이다.
정보·전자문명으로의 이행의 전위는 말할 것도 없이 첨단기술 산업군이다. 여기에 속하는 것은 항공우주산업·정보산업·신소재산업·생물공학산업·신에너지 산업 등이다.
이들 가운데 신소재산업과 생물공학·신에너지 산업은 지금 활주로 위에서 이륙하기 직전이고, 항공우주산업은 이미 이륙하여 우주를 날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 실적은 미국이 거의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다.
정보산업은 전자공학·광공학·컴퓨터·통신기술 등의 하드웨어와 이것을 이용하는 각종 소프트웨어 산업을 포함한다.
이것은 이미 이륙을 끝냈다. 미국과 일본에선 급속히 상승비행 중이다.
선진공업국의 미래는 하이테크산업에 크게 의존한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연구인의 두꺼운 층이나 투입예산, 하이테크 산업의 생산량 등으로 보아 하이테크 첨단분야에서의 미국의 위치는 압도적이다.
그 뒤를 일본이 뒤쫓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했을뿐 아니라 하이테크에서도 뒤져 경제전체가 저조, 노화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명치시대와 소화후기에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최대의 원인은 구미기술의 도입과 동시에 일본의 사회체제·윤리·생활양식을 대폭적이고도 적절하게 변화시킨 점에 있다. 오늘날 정보·전자 문명시대에 있어서도 사회체제와 윤리·생활양식의 적절한 변혁은 필요하다.
유럽은 공동시장을 형성하고있으나 실제로는 국경이 기득권을 방위하고있어 새로운 순환과 발상, 경쟁자를 배제하는 장벽의 역할을 하고있다.
국경 안에서도 계급이라는 기득권의 벽이 방해요소로 존재한다.
석유·전자문명은 기계의 소유와 이용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같은 유럽사회는 이 요청에 대응치 못한다.
즉 사회의 기동성이 부족하여 전자화가 늦어지고 있다.
미국은 자유주의·민주주의를 국민적 이상으로 하고 있다. 노예제라는 기득권의 주장과 인권옹호의 주장이 충돌한 것이 남북전쟁이다.
최근에는 노동자의 지나친 권리주장에 대해서 개인의 책임을 중시하는 윤리관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자기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미국을 정보·전자문명으로 이행시키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의 중간쯤 된다. 일본은 개인과 기업은 유연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나 정치에 있어서는 기득권에 속박되어 경직상태를 면치 못한다.
우리가 새로운 문명을 개척해 나가려면 국내외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많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실업과 인플레의 혼란이 장기화 하면 30년대의 대공황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방지되려면 미국경제가 빨리 활성화하여 정보·전자문명의 상승기류를 잘 포착하여 그것을 올라타고 달려야한다.
82년부터 미국경제는 상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호경기가 긴 내리막길 안에 있는 짤막한 오름길에 불과한가, 아니면 긴 오르막길의 시작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일단 낙관적이다. 그러나 실로 낙관적이 되려면 제2기의 「레이건」정권이 재정적자를 확실히 줄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조건만 충족되면 이미 석유·전자문명을 주도하고있는 미국이 정보·전자문명도 주도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세계질서를 안정시키기 의해서는 각국 국민이 진심으로 평화를 애호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유엔을 민주적·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상과 이상의 거리는 멀다. 현실적으로 세계질서를 안정시키려면 필요악으로서 대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대국은 경제력·군사력·정치력에 있어서 월등해야하고 보유하고 있는 가치관·윤리관이 가급적이면 높은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말하자면 힘과 덕을 겸비해야 한다.
오늘날 이 같은 요건을 완전히 갖춘 대국은 없지만 합격점에 가까운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일본의 강점은 경제력 가운데서도 제2차 산업의 경쟁력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덕망있는 나라로는 꼽히지 않는다.
유럽은 과거엔 훌륭했지만 오늘날엔 힘도 덕도 과거의 빛도 잃어가고 있다.
소련이 강대하긴 하지만 강력한 것은 군사력뿐이다. 소련의 이데올로기에 매력을 느껴 소련을 유덕한 나라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최근엔 사라졌다. 결국 인류가 이 어려운 과도기를 헤어나 새로운 번영의 시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미국의 재활성화가 불가결한 요건이다.
미국 경제 속에서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면 그것은 사자몸속의 균이 되어 보호무역을 주장해 미국의 의회와 정부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미국 내부의 자유무역파와 보호무역파의 싸움은 결코 물건너의 불이 아니다.
각국이 자유무역파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지원의 핵심은 먼저 일본의 국내시장 개방을 한층 촉진시키는 일이다. 일본은 내수를 증진시키고 수입을 늘려야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간의 직접투자는 서로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
특히 하이테크분야에서 각국간의 공동연구개발, 기술정보의 상호교류, 연구인의 교류, 기업간의 기술협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의 개방화·국제화의 촉진이 장기적으로는모든 나라에 이익이 될것이다.
태평양 경제권의 발전에 관해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무역·투자·정보문화의 교류 등이 자유화되고 촉진되면 각국 공동의 이익촉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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