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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강금실 법무부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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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장관 후보로 거명될 때부터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의 장관 기용은 서열이 중시되던 법무.검찰의 인사 관행 파괴인 데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란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강금실 법무장관 인터뷰 (1)
강금실 법무장관 인터뷰 (2)

취임 초기 그는 검사 인사 파동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가 최근 대북 송금사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에 동조하고, 철도노조의 불법 파업사태와 관련해 엄정 대응론으로 정부 일각의 타협론에 제동을 걸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신성호 논설위원이 그를 만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 원칙과 검찰 개혁 방안 등을 들어봤다.

-철도노조 파업 때 엄정한 대응을 주장했지요.

"우리 사회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자고 하는 요구가 많습니다. 모순된 행동이지요. 선진사회로 가려면 반드시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법을 지켜야 하고 위반행위에 대해선 적절한 법적 처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 역시 단속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너무 무원칙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철도 파업의 경우는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부득이 공권력을 투입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법적 대응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은 정도와 범위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대응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일단 노사 간의 자율적인 해결이 정착되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정부가 노사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각종 절차와 제도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공권력 투입은 불법의 정도가 심각하고 자율 해결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장기화하면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합니다."

-한총련 학생들의 수배 해제와 합법화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국민 화합과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하지만 합법화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제11기 한총련의 강령에 대한 법리 검토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대북 송금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건의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수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대북 송금은 일부 실정법 위반 문제가 있지만 크게 보면 남북관계의 문제이고 대외 신인도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국회 차원에서 먼저 조사하고 필요한 부분만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에는 찬성하셨는데요.

"이왕 시작한 특검이라면 그곳에서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과는 두번 다 달랐습니다.

"그렇게 됐나요. 하지만 기본 뜻은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애초 통과된 특검법은 수사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로 특검법을 개정하리라고 믿고 법을 공포한 것입니다.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도 대북 송금 부분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봤겠지요."

-국회에서 현대 측이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건넸다는 1백50억원 수사를 위한 특검제 논의가 한창입니다.

"1백50억원 부분만 특검을 한다고 국회가 결정한다면 존중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그 범위를 넘어 송두환 특검이 수사한 부분까지 다시 한다면 인력.예산 낭비라고 봅니다. 검찰 수사가 미덥지 못해 특검을 했는데, 이젠 특검도 못 믿어 재특검을 한다면 소모적인 혼란만 가중됩니다."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가요.

"국회의 결정이 남아 있으니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검찰이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특검을 하자는 것은 검찰을 못 믿겠다는 것인데 송광수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엄정한 수사 의지가 확고한 분이니 믿고 맡겨도 됩니다."

-나라종금 재수사에서 새로운 것이 드러나는 등 1차 수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부실 수사라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당시 주임검사가 병풍 사건 등 다른 수사에 차출되는 바람에 수사가 지연됐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대검이 진상을 파악하고 있으니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압니다."

-검사 정기인사가 다음달로 예정돼 있지요.

"심의기구인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인사 때부터 운용할 것입니다. 외부인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평검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검사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해 숨은 인재를 발굴할 생각입니다. 국민과 검사들이 갈망하는 검찰 인사 독립은 꼭 제도화하겠습니다."

-전국의 검사장들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오찬을 했는데요. 청와대가 검찰을 장악하려 하는 것으로 비치지는 않을까요.

"대통령이 검사장들에게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엄정 대처 등 앞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지 수사를 간섭하는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검사장들을 면담하고, 검사장들도 대통령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적절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이를 남용하는 것은 구분돼야 합니다."

-장관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사생활도 공개되고 있는데 따른 부담은 없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법무부 장관이 됐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끄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 자리에 나간 것도 원인이 됐겠지요. 팬클럽까지 생긴 것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습니까.

"46년 살면서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개혁이 시급하고 나에게 맡겨진 소임입니다. 법무부 장관직을 수락한 것은 내가 고사하면 다른 여성에게 돌아가지 않고 여성 법무부 장관의 출현이 더 늦어질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돼야 합니다. 정당에 관계없이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을 지지하고 적극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초기의 인사 파동입니다. 과거 검찰 인사가 잘못돼 수사를 잘못하고 정치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에서 대통령이 나를 보낸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 권력이 또 검찰을 마음대로 흔들어 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피해의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그런 불신은 많이 해소됐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검찰이 중립적으로 수사한다'고 신뢰하고, 검사들 사이에서도 청와대가 간섭하고 있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신성호 논설위원, 정리=조강수.김원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

그에겐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판사 시절 여성으론 처음으로 형사 단독심 판사를 맡았고, 국내 최초의 여성 로펌 대표를 지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民辯)의 첫 여성 부회장이었던 그는 지난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판사 시절인 1984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출간했던 운동권 출신 김태경씨와 연애 결혼했으나 3년 전 헤어졌다.

▶제주 출신(46)▶경기여고.서울대 법대▶사법시험 23회▶서울가정법원 판사▶서울고법 판사▶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민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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