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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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당에게, 대화 통해 정치적 안정 꽤해야|도시청년층의 이념·구조적 변화 음미해 볼 때|윤정석<중앙대 정경대교수>>
투표를 끝낸 그 저녁부터 TV의 화면을 바라보던 시민의 착잡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정당의 간부가 몇 명이나 있을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던진 한 표의 결과를 알고자 한 것보다는 남들은 이번 선거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결심하였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한 표를 던진다는 선거자체는 개인의 중요한 결정이 아닐지라도 그 표를 모아보면 권력의 기반이 되고 이것이 「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투표는 이러한 점에서 여론조사와 크게 다른 것이다. 결국 투표의 결과는 후보자가운데 특정인을 선발하여 국회의원으로 선출·임명하는 인사와도 같은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 손으로 뽑아서 국가의 한 부분으로서 국정에 참여하는 국민의 대리인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국회의원 1백84명(지역구만)밖에 없기 때문인 것이다. 왜 야당의 돌풍이라고 하겠는가? 그것은 야당의 정치적 정당성이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임명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를 추구하는 뜻에서 볼 때 야당에로 지지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로 보아서는 2인1구의 선거 제 에다 다당제를 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민들의 의사가 한 목으로 쓸리게 되면 이번 선거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결국「민의」가 있다면 이것은 양극화되게 마련이다. 양극화 현상을 유도하게 되는 이유는 이론적으로 보아 여당과 야당이 「국민정당」화 하려는 경향이 커 질 때 더욱 심하게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내각책임제 하에서 정부의 행정권과 권력의 집행권을 당이 독점하는 체제아래서는 여당이 국민의 모든 계층에 따른 이해관계를 대표할 국민정당일 필요가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인 현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여당의 당성은 정치적의미가 별로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번 선거에서는 당이나 인물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들고나와 앞으로 남은 정부의 3년 집정기간에 할 일을 논의했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여당으로서의 민정당은 88년의 정권교체에 따른 권력의 계승정당으로 남는 역할이 내실 적으로 중요한 선거전이 되었겠지만 88년의 대통령선거는 80년이래 처음 있는「당 있고 대통령 뽑는」선거인 것이다. 정당이 각각 정권을 생산하려는 선거가 될 것이고 여당인 민정당은 이점에 있어서 야당과 마차가지라는 것이다. 정권의 계승이 아니라 생산이라는 점에서 88년의 대통령선거를 맞아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결과를 놓고 가장 많은 이야기는 「민의」의 향배, 「민의」의 수렴이라는 점에 있었다. 「민의」의 내용은 무엇일까. 대도시에서 투표자가 과격하고 도전적인 후보자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거의 모든 나라가 같은 현상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것은 가장 보수적인 전통을 가졌던 정당출신과 연령으로 보아도 보수성이 강한 50대 후반과 60대의 후보자를 지지해 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히 몇 명의 젊은 초선후보자가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는 것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이는 도시에 집중된 청년층의 직접적 참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적이고 이념 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같은 구조변화는 조숙 한 지방자치의 선거를 통하여 수렴되어야하고 이를 위한 정당법·선거법·정치자금 법 등이 개정되어 극렬 화되어 가는 민의 의 향배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정치적 안정을 바라고 있으며 이러한 정치적 안정에 있어서의 개방적 안정은 민주화추세에 있어서 절대 불가결한 것이라는 것을 거듭 말하고 싶다.
여당의 지역구 초선후보(11대 전국구의원포함)가 뜻밖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집권당으로서의 긍지로 생각하여보자는. 것이다. 국민은 본인에게 직접적 이익을 주는 것은 여당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있어서 어떠한 공약을 내세워도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야당이 여당이 될 때까지는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여당으로서는 야당과의 대화를 통한 정책적 실현가능성의 관용을 보여야한다. 그것이 바로 집권당의 바람직한 자세로 국민이 주시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민주화의 길은 이 대화를 통한 민의의 수렴이고 정치적 안정에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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