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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교수, 의사 아버지가 때린다고요? 체면 걱정 말고 신고하세요”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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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 여성·아동 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한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 여성·아동 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누군가 머리 근처 가까이 손만 대려해도, 벌써 그 기운을 느끼고 머리를 돌리며 피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중략) 놀라운 것은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님들의 직업이 거의 교수, 의사, 교사, 법조인 등 전문가들이며 사회지도층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바라보면 너무도 멋지게 살아갈 것 같은 선망의 대상들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의 사회적 체면을 지켜주느라, 내색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유리벽에 갇힌 아이들 - 국제중에서 바라본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가영휴, 북스오디오넷)

국제중에서 상담교사로 7년간 근무한 저자가 전하는 가정폭력 피해 청소년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사회 지도층 부모를 둔 우수학생들이 모이는 국제중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폭로한다.

보건복지부 '2014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 아동 중 중고교생인 13세~17세가 32.3%(3238건)로 초등학생(39.6%, 3972건)에 이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아동학대행위자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 대상여부는 68.4%가 비수급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높은 소득 수준의 가정에서 성장했거나, 성인 못지 않은 체격을 가진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가정폭력으로부터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전 대원국제중 상담교사 가영휴씨는 "폭력 부모들이 의사나 교수 등 이름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사람들이다. 아이들도 극구 비밀로 부쳐달라는 걸 반드시 전제하고 상담에 응한다"고 설명했다. 이름이 알려진 부모가 가정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가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 박민정 상담 팀장은 이러한 피해 청소년에게 "가정폭력은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소년들이 '신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부모를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즉각 처벌이 이뤄지는 건 아니에요. 추후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처벌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먼저 하라는 이유는 철저히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예요.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가해자의 경우 자신의 대외적 입지 때문에 신고를 당할 경우 부끄러워하고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가정폭력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박 팀장은 그 이유로 훈육과 폭력의 혼동을 꼽았다. “어떤 이유에서든 맞을 짓이라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 아동은 자기가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맞는다고 생각해요.”

"주로 공부나 성적과 관련해서, 아이의 태도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마구 신경질을 부리시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잡고 마구 때린다 합니다."

-『유리벽에 갇힌 아이들 - 국제중에서 바라본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

2014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아동 중 80.2%(복수응답)가 부모님이 자신에게 폭력을 행한 이유로 ‘내가 잘못해서’라고 응답하였다. '형제들끼리 싸워서' (39.6%), ‘성적이 나빠서’(20.6%) 순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는 물론, 부모 자신도 자기의 행동이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은 신체적, 물리적 폭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2015 아동학대주요현황(2016년 3월 28일 기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전체 1만1709건의 아동학대 사례 중 정서적인 학대가 2045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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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폭력 외에 고성, 비난, 비하 등의 말로 언어폭력을 행하는 것도 정서적인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또한 교육적·의료적 방임, 기본적인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의 악의적인 경제적 학대도 모두 가정폭력이다. 최근에는 아이가 종교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감금하거나 반대로 부모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등의 종교적인 폭력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이 발생 했을 시 피해 청소년이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 박 팀장은 일단 피해 청소년의 안전이 우선이기에 112에 신고하거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만약 폭력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학교 상담선생님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도 됩니다. 1366이나 1388과 같은 상담전화는 가정폭력 응급실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365일 24시간 운영됩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앞으로 가정폭력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요.”

그림 가정폭력 피해아동 상담실 반디 톡톡 (여성가족부, 가정폭력방지본부)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가정폭력 피해아동 상담실 반디 톡톡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아동 지킴이 ‘반디’도 운영하고 있다. ‘반디’는 여성가족부가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가정폭력 피해아동 상담실로 위민넷 사이트(http://www.women.go.kr)를 통한 채팅, 이메일, 게시판은 물론 카카오톡(ID: banditalk)으로도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박 팀장은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니 침묵하지 말고 친구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했다. 동시에 부모의 가치관이 반드시 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인간으로서 자녀의 인격적인 부분은 침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에 대한 압박, 아이의 태도에 대한 요구, 이 모든 것은 사실 부모 본인들의 욕심이죠. 성적과 학업적인 성취는 부차적인 것일 뿐, 아이의 정신적인 성장과 안정이 제일입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야 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 미래가 될 테니까요.”

글=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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