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초읽기"…막판 분위기 흐려|흑색선전·인신공격·유세방해 노골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흑색선전·인신공격·유세방해·운동원끼리의 충돌 등 「과열의 탈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12대 총선 막판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합동유세가 끝마무리에 들어가고 투표일 초읽기가 시작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이 같은 탈선은 5일 서울에서 유세중인 후보가 암모니아수 세례를 받는 불상사까지 야기, 이번 선거가 결과에서는 물론 과정에서까지 「민주의 축제」이기를 염원하는 대다수시민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주고 있다.

<암모니아 세례>
5일하오 2시10분쯤 서울동작구합동유세가 진행 중이던 서울사당3동 남성국교운동장에서 민정당 허청일 후보가 연설 중 3명의 학생들로부터 암모니아수 세례를 받고 유세가 40분 동안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발단=허 후보는 민한당 서청원 후보와 무소속 정정대 후보에 이어 세 번째로 연단에 올라가 지역개발에 관한 공약들 내세우며 10여분간 연설했을 때 연단 앞에 있던 서울대 이철우군(22·사법학과4년)과 중앙대 서정호군(22·신문방송학과4년)등 2명이 각각 암모니아수 한병(용량2백㎖)씩을 들고 『독재타도』를 외치며 단상에 뛰어올라가 허 후보의 얼굴에 암모니아수롤 끼얹었다. 이들은 암모니아수를 뿌리고 허 후보를 밀쳤으나 연설대와 마이크만 연단 밑 진흙바닥으로 떨어지고 허 후보는 간신히 몸을 지탱한 채 얼굴전체와 웃옷이 흠뻑 젖었다.
이어 서울대 인류학과4년 김암군(22)이 연단으로 뛰어들며 『독재 결사반대』의 구호를 외치자 청중 속에 있던 1백여 명의 대학생이 이에 호응, 구호를 연창했고 운동장 뒤쪽에선 반정부 유인물이 뿌려져 유세장은 순식간에 수라장이 됐다.
◇현장=흥분한 민정당 청년당원들은 이군등 두명을 연단아래에서 붙잡아 뭇매를 때렸다.
또 20여명의 민정당 청년당원들이 『염산이다,죽여라』고 고함치며 연단으로 뛰어들자 야당및 무소속 후보들과 운동원들은 『때리지 마라』『막아라』『쇼다』라고 외치며 맞섰고 청중들도 『진상을 밝히라』고 소리치며 연단으로 몰려들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허 후보는 다소 흥분한 어조로 『염산세례를 받았다. 누가 그랬겠는가. 난 이 시간 이후부터 이 같은 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것을 약속하며 이만 물러갑니다』라고 말한 뒤 내려와 당원들과 함께 유세장을 떠나 병원에 입원했다.
◇대학생=현장에서 매를 맞고 실신한 이군은 경찰에 의해 방배1동 가야병원에 옮겨져 하오 6시쯤 의식을 회복한 뒤 6일 새벽 경찰병원으로 옮겨졌다.
서군은 매를 맞아 오른손에 상처를 입었고 구호를 외친 김군은 그대로 달아났다.
◇암모니아수=벌레에 물렸거나 피부 외상에 바르는 약으로 인체에 위험은 없다.

<폭행>
5일 하오3시 경기도 김포군 김포국교 합동유세장에서는 민한당의 오홍석 후보와 국민당의 김두섭 후보운동원간에 시비가 벌어져 오 후보측운동원이 김씨측 운동원을 폭행했다. 이날 시비는 김후보측 운동원들이 오후보연설 중 피킷을 들고 운동장을 돈 데서 발단한 것으로 양측의 층돌에 청중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두 후보가 단상에서 즉석 화해하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흑색선전>
4일 서울청구국교서 있은 종로-중구 합동유세장에서는 민정당 이종찬 후보의 유세중 학교건물3층에서 『일제주구타도하고 군사독재 물리치자』란 제목의 정체불명 비라가 살포됐다.
유인물은 모당 후보를 『일제 때 고등계 형사를 지낸 사람』이라고 모략하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인신공격>
경북 고령의 민정당 김종기 후보는 4일 유세에서 무소속의 이룡택 후보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불었다한다』며 「기생충」이라고 비방했다.
전남 담양-화순에서는 신민주당의 박영옥 후보가 민정당의 구용상 후보를 지칭해 『광주사태때 광주시장이었던 사람으로 자기의 과오를 뉘우치지 않고 국회의원후보가 돼 갖가지 지역사업을 약속하고있는데 자기가 건설부 직원이냐』고 힐난했으며 또 민권당의 김사석 후보는 민한당의 고재청 후보률『이철승 시대엔 대변인을 하다 김영삼씨가 총재가 되자 그쪽으로 붙더니 김대중시대에는 또 그를 따라다녔다. 제5공화국이 들어서니 입법의원이돼 김대중씨를 묶어버린 장본인』이라고 몰아붙이고 「밤에는 여당, 낮에는 야당하는 사람」이라고 인신공격을 했으나 청중들로부터 『듣기 싫다. 그만하고 내려가라』는 야유를 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