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선수는 서럽다|경기장 모자라 "한밤경기"에 쫓겨나기 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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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빙상선수들은 서럽다. 제철에도 제시간에 링크를 쓰지 못해 한밤에 .경기를 하는가하면 시간이 길어진다고 경기도중 쫓겨나기도 한다.
한국빙상은 실업팀 하나 없는 비 인기종목으로 학생선수들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경기장을 확보하지 못해 경기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있는 실정이다.
세계수준엔 까마득히 뒤져있다지만 명년부터 시작되는 동계 아시안게임, 남북대결을 앞에 놓고 빙상연맹은 아무런 대책 없이 한숨만 짓고있다.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파견 대표선발전이 벌어지고 있던 지난달 26일 동대문링크.
상오 10시∼하오 7시까지의 일반 대관시간을 피해 빙상연맹은 상오8시부터 9시 반까지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지연. 10시가 됐는데도 끝나지 않자 9시 반부터 피겨스케이팅 특별활동시간을 갖게되어 있던 K국민학교 학생 및 학부모 2백여명이 링크에 뛰어들었다.
하는 수 없이 연맹은 대회를 여기서 끝내고 다음날 마무리지어야 했다.
우수선수훈련을 위해 세워진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도 곧잘 소동이 벌어진다.
고 빙상인 추모 전국빙상대회가 열렸던 지난달 25일.
대관마감시간인 하오 2시가 넘어서도 레이스는 계속됐다.
빙상연맹 측은 웅성거리는 관중들에게 수차례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지난해 12월 27, 28일 거행된 스프린트선수권대회는 황금시간대를 피해 하오3시의 늦은 시각부터 시작됐다.
결과는 국내빙상 최초로 링크주변 가로들에 불을 켜고 이례적인 야간경기로 경기를 마무리지어야 했다.
마파람에다 불빛의 반사로 선수들의 기록이 좋지 않을 것은 당연했다.
빙상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전용연습장하나 없는 처지에「동계종목 활성화」 가 어떻게 이뤄지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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