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많다고 1위 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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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는 "등에 새겨진 이름(선수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가슴에 새겨진 이름(팀 이름)을 위해 뛰어라"는 말이 금언(金言)으로 통한다.

나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성적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올 시즌 프로야구 순위 판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K를 보면 그 말을 또 한번 되새기게 된다.

SK는 7일 발표된 '팬 투표 올스타 베스트 10'에 단 한명도 선정되지 못했다. 8개 구단 가운데 '베스트 10'이 없는 팀은 롯데와 SK뿐이다. 롯데는 현재 성적이 최하위라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가 '베스트 10'에 한명도 없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SK가 속한 동군(SK.삼성.두산.롯데)에서는 '스타 군단' 삼성이 10명 가운데 9명을 싹쓸이했다. 삼성은 2루수 부문(두산 안경현)을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올스타 베스트 10을 독식했다. SK는 타격 1위 이진영(중견수 부문)이 1위와 가장 적은 표 차로 2위를 했다. 이진영은 박한이(삼성)에게 2만5천여표 뒤졌다.

SK 조범현 감독은 취임하면서 선수들에게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야구를 하자"고 강조했다. 한 경기에서 4타수 4안타를 때리고 지는 야구보다는 안타 없이 희생번트 하나를 대고라도 이기는 야구를 하자는 뜻이었다.

SK는 월척급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대신 준척급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있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가 그만큼 적어 선수운용의 폭이 넓다.

SK 구단 관계자는 "단 한명의 베스트 10도 배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확연히 눈에 띄는 스타가 없으면서도 1위에 올라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선수들도 그 점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김응룡 감독(동군)과 LG 이광환 감독(서군)은 8일 베스트 10과 함께 올스타전에 출전할 감독 추천선수 21명을 발표했다.

다승 3위(9승)에 올라 있는 이상목(한화)은 프로 입단 13년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베스트 10을 배출하지 못한 SK는 채병룡.제춘모(이상 투수).이진영.조원우(이상 외야수) 등 네명이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됐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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