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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팔아도 이사갈 집 없는 게 문제

미주중앙

입력

매물부족 현상의 심화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바이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간 가격대의 주택은 씨가 마르고 있는데 반해 100만 달러가 넘는 집들은 시장 대기 시간이 늘고 있는 등 양분화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매물부족 현상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매물 기근 원인으로 ▶이주할 집의 부족 ▶베이비부머의 다운사이징 지연 ▶2006년 부동산 활황기에 구입한 주택소유주들의 대기 ▶주택임대업 전문 투자자들 ▶신규 주택착공 부족 등을 지목했다.

즉 전체적으로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서 당장 좋은 가격에 주택을 팔아도 이사갈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렌털할 주택 찾기도 쉽지 않아 결국 주택 매각을 포기하게 된다. 또한 이전 세대와 비교해 몰라보게 건강해진 베이비부머들이 다운사이징 시기 자체를 연기하는 것도 매물 기근에 일조하고 있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의 남승현 회장은 "매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베이비부머가 됐든 호황기에 집을 구입한 바이어든 간에 인근 주변지역의 집값이 너무 올라서 팔고 갈 데가 없어서 살고 있는 집에서 그냥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창 집값이 비쌀 때 집을 산 소유주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매물 기근 현상에 한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분석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2006년 전국의 1600만 가구가 집을 구입했는데 아직도 상당수가 구입 당시 가격까지 회복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차익을 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것. 업체는 2017년이나 돼야 전국 집값이 2007년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주택가격이 저점이었을 때 투자용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했던 투자자나 투자업체들이 집을 되파는 대신 임대용으로 전환하면서 매물 자체가 줄어든 점도 문제다.

임대 수익률이 다른 투자상품보다 안정적이고 좋은 데다 집값까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집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단독주택을 벌크로 구입한 후 고쳐서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까지 가세해 주택 매물 찾기가 더 어렵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거용 부동산 투자자들은 집값 상승과 렌트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고 있어서 보유한 부동산을 쉽게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의 신규주택 착공이 주택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매물부족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첫주택구입자들의 집 장만이 힘들어지자 건축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중장년층을 공략해 비싼 집을 지으면서 서민들이 구입할 수 있는 집 자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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