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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고생 41% 인터넷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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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5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朴모(49)씨는 딸(20)이 컴퓨터 게임에 열중해 아버지를 본체만체한다며 15인치 모니터를 아파트 12층에서 내던졌다.

이때 지나가던 韓모(4.여)양이 모니터에 맞아 뇌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조사 결과 朴모씨는 평소 밤늦게까지 인터넷을 하는 딸과 자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부모 자식간 갈등이 심각하다. 인터넷 중독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인터넷 중독이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인터넷에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7월 전국 초.중.고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22.5%, 중.고생은 22.9%가 인터넷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오면 더 심하다. 고려대 의대 보건의학과 천병철.김정숙 교수팀이 경기지역 중.고생 7백64명을 조사한 결과 41.4%(중독 초기 38.5%, 중증 2.9%)가 인터넷 중독으로 나타났다.

"신경질이 날 때는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화풀이를 해요. 오후 9시에 아빠가 오면 게임을 못해요. 방에 들어가 누우면 천장이 모니터가 된 듯 게임 주인공들이 움직이고 말하는 게 보여요."

게임에 빠져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등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담임교사가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 데려온 A군(14)의 말이다.

중학교를 자퇴한 B군(16)은 아바타를 구입하는 데 한 달에 80만원을 쓰기도 한다. 인터넷상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선물해 인기를 끌기 위해서다. 인터넷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지 6개월, 이제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만 친구를 사귄다.

호연상담센터의 이형초 공동대표는 방학을 맞아 인터넷 때문에 자녀와 갈등을 빚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공부하라고만 하지 말고 다른 여가나 취미생활을 지원해 주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서울 S정신과 김현수 원장은 "인터넷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에게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치는 등 사회성을 기르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클린인터넷 운동을 벌이고 있는 재단법인 클린인터넷 국민운동본부의 김현식 사무총장은 "인구대비 인터넷 사용자가 유달리 많은 우리 실정을 감안하면 사이버 중독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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