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블로킹벽"의 승리|남자배구 춘추전국시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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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학돌풍을 잠재운 금성의 승리는 우선 센터블로킹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 김영철(김영철) 홍기택(홍기택)을 대각선으로 포진시킨 금성은 중앙에서 높은 불로킹벽을 쌓아 인하대의 속공을 저지 시킨 것이 크게 주효했다. 여기에 강두태·이용선(이용선)으로 이어지는 오픈강타가 곧바로 득점에 연결, 유리한 플레이를 펼칠수 있었고 노련한 개인기가 가세, 임기응변의 볼처리가 크게 돋보였다.
이에 반해 인하대는 신예장신 최천식(최천식·1m97㎝)을 중앙에 내세웠으나 금성의 철벽 블로킹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유석철(유석철)인하대감독은 『블로킹의 열세를 콤비플레이로 뚫으려 했으나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데다 캐리어부족으로 초반 대량실점한게 패인이었다. 역시 금성은 힘과 높이에서 한수 위에 있었고 패기만으로 따라붙기엔 힘에 겨운 상대였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여자부 정상대결은 「힘의 배구」를 구사하는 현대와 「콤비 배구」의 미도파의 한판승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다양한 속공을 펼친 미도파의 압승으로 끝났다.
현대는 주공 이은경(이은경) 김종순(김종순)을 좌우에, 중앙에 김송은(김송은) 김정순(김정순)을 각각 포진시켰으나 미도파의 곽선옥·박미희(박미희)에 차단당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미도파는 중앙에서 세터 이운임(이운임) 박미희의 속공 및 김옥순(김옥순)의 개인시간차로 현대블로킹을 뚫었고 벽이 두터울 경우 좌우의 이명희(이명희) 곽선옥에 연결하는 폭넓은 공격패턴으로 시종 현대를 압도했다.
두 정상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에서도 현대는 초반 역전당한데 위축, 팀플레이가 무기력해졌고 반면 미도파는 이에 편승, 착실한 득점으로 우위를 지켰다. 한마디로 현대는 심리전에서 미도파에 눌린 셈이다.
이로써 남자배구는 춘추전국시대를, 여자배구는 미도파독주시대를 각각 예고했다.
○…금성과 미도파의 가장 큰 강점은 인화를 바탕으로한 팀웍.
금성의 조배호(조배호)감독이나 미도파의 이창호(이창호)감독은 모두 남녀대표팀을 맡아 소속팀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 사령탑에다 이들 팀의 주전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사기를 진작하고 자신감을 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난 후 조배호감독은 『선수들의 선전분투에 크게 감사한다. 인하대에 한때 고전한 것은 서브리시브가 흔들렸기 때문이며 이 고비에서 착실히 게임을 이끈 주장 강두태가 더없이 믿음직스럽다』고 칭찬했다.
또 여자부 우승을 안은 이창호감독은 『말없이 팀을 이끌어온 곽선옥의 은퇴무대를 멋지게 장식한게 우선 기쁘다. 현대에 이길수 있는 힘이라면 선수들이 어떤 경우라도 동요하지 않는 여유와 자신감이다. 현대는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을 느낀 것같다』고 말했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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