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40년간 쌓은 역량보인다"|출판사들 야심적 기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출판사들의 야심적인 출판기획이 속속 추진중이다. 특히 해방 40년인 85년을 맞아 그간 축적돼온 학계의 연구역량과 출판문화의 기획역량을 합일시켜 보려는 의욕적인 기획들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길사는 전20권 분량의 「한길현대사상강좌」 출판을 서두르고 있다. 1권에 15편씩 총3백편의 논문이 실릴 예정이며 87년말 완간된다. 모두 국내 학자들의 저작으로 원고료만도 1억5천만원.
이 사상강좌는 두가지 뚜렷한 관점을 갖는다. 첫째, 우리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현대사·현대사회·현대사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보자는 것이며 둘째, 인간해방의 사상과 역사만을 뽑아낸다는 것이다. 사상이란 이름아래 인간을 파괴·억압하는 부분들은 제외된다.
이 기획을 전적으로 국내저작진에 의존하는 것은 이제 우리 출판문화도 베끼고 번역하는 단계를 지나 체계적으로 창조해낼 때가 됐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출판사측은 지난 40년간 학계의 진전이 이런 기획에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밝히고 출판과정에서 학문수준의 질과 양이 바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출판사측은 이 시리즈에 신예학자들이 대거 참가할 것이며 필요한 분야의 학자가 없는 경우 연구·집필기간을 충분히 줘 논문을 받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중인 강좌내용은 『민족해방의 이념과 역사』 『사회주의 혁명사』 『산업사회와 노동자』 『전쟁과 평화의 구조』 『정치권력과 민중』 『현대 한국의 사상적 방향』 등.
도서출판 풀빛사는 종래의 한국사를 크게 뜯어 고친 『한국민중사』 전2권을 준비중이다. 기존의 사관을 과감히 탈피해 기층 민중의 대응양식과 우리의 주체적인 입장을 강화, 정리한다. 대학원을 졸업한 30세 전후의 한국사 전공학자 7명의 공동작업으로 추진중인데 원고지 3천2백장 분량으로 4월께 선보인다.
한울사는 「역사의 현장」시리즈를 추진중이다. 세계사의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사건중 잘 아는 것같지만 정작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사건들만을 모아 진상을 밝히는 기획이다. 일본관동대지진, 일본의 전후 전범처리와 동경재판, 칠레에서의 미국기자 실종과 미CIA활동, 러시아혁명 10일 등의 내용을 준비중인데 올해안에 5권 이상 선보일 예정.
한편 민음사는 국내외 사회사상가·문인들의 인물평전을 준비중이다. 한권에 한 인물씩 원고지 7백∼8백장 분량이며, 국내 필자가 책임 집필한다. 출판사측은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독서의 기초를 다지는데는 인물에 대한 정확하고 폭넓은 이해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창작과 비평사는 일제하노동·농민운동사료집을 준비중이다. 전2권, 원고지 4천5백장 분량. 당시 신문·재판기록을 토대로 이 분야를 새롭게 정리한다. <이근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