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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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 조직폭력단을 일명「야꾸자」라고 한다.「너절한 무리들」이라는 뜻이다.
그 야꾸자들의 싸움판으로 지금일본은 초비상상태에 들어갔다. 일본 경찰청은 이례적으로 대책실까지 설치하고 본격수사에 나서고 있다.
싸움의 발단은 지난 26일밤 오사카에서 일어난 야마구찌(山口) 조두목과 부두목급 2명등 3명의 권총 피살 사건이다.
야마구찌조는 일본 최대의 폭력조직이고 공격자가 또다른 폭력단「이찌와」(一和)회 소속의 행동대원이었다는게 중요하다.
이찌와회는 작년6월 조장선출을 둘러싸고 의견대립 끝에 이탈한 원래의 야마구찌조 일원이었다.
두 파의 세력은 지금 야마구찌조가 3백26개 군소조직에 8천명, 이찌와회가 2백6개조직에 4천3백여명. 깡패사회의 헤게모니 쟁탈전은 이제 결판대결과 함께「돈」(두목)의 죽음에 대한 보복까지 엉켜 긴장감을 낳고 있다.
두일에 대한 절대 충성은 일본 야꾸자의 전통이다. 이른바「인협」을 예찬하며 애국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폭력조직이고 사회악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각종 공사현장이나 빌딩에서「명가금」명목으로 돈을 뜯고 있다. 일종의「텃세」다. 일본의 회사들이「텃세」를 공공연하게 경비로 예산에 넣고 있다는 것이 보도된 적도 있다.
지금 일본의 폭력조직은 모두 2천5백여 군소단체에 10만3천여명이 가담해 있다고 한다.
64년 일본 경찰청이 폭력단이 5천2백개단체에 18만4천명을 넘는다고 밝혔을 때보다 외견상 줄어들었다.
그러나 대조직 폭력단들은 지방의 군소 폭력단을 휘하에 두는 계열화, 광역화에 급급한 나머지 폭력조직 사이의 대리전쟁을 빈번히 치르고 있다.
나아가 정치결사를 내세우고 노골적으로 정치에 접근한다든지, 재계를 잠식하며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것이 주목되기도 한다.
일본의 특수한 전통과 풍습이 만든 사회악이지만, 일면 1920년대 미국의 갱단을 모방한 것이란 주장도 있다.
갱두목「알·카포네·는 정치인, 법률가, 의사는 물론 경찰 들과 짜고 밀주, 강도, 매음, 도박, 마약과 공갈보호등을 업으로 수억달러의 연수를 올렸다.
일본의 야꾸자 두목들이「알·카포네」못지않게 텃세와 상납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것도 알려져있다.
모범적인 민주정치와 뛰어난 과학기술로 경제대국을 이룩했다고 자랑하는 일본이 그런 사회악을 지금껏 키우고 있다는게 역설같다.「선진국」세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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