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밖에서 새 먹거리 찾는 백화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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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통계 맏형’ 백화점들이 먹거리를 찾아 거리로, 외곽으로 나서고 있다.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상품 판매에 주력했던 기존 방식도 벗어 던졌다. 2014년(-1.6%)에 이어 지난해(-0.4%)까지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뒤 생존을 위해 변신을 자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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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오는 25일 서울 동교동 홍대입구 상권에 패션 전문점 ‘엘큐브(el CUBE)’를 개장한다고 23일 밝혔다. 20~30대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 매장이다. 백화점이 온갖 상품을 취급하는 백화점을 버리고 ‘미니 매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셈이다.

2년 연속 역성장에 돌파구 모색
롯데, 홍대 앞에 패션 전문점 개장
신세계, 하남에 쇼핑 테마파크 추진
현대, 인천공항 옆에 이국적 아웃렛

롯데백화점 우길조 상품기획(MD) 전략부문장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백화점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신규 고객 창출이 관건”이라며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전문점을 통해 개성 강한 젊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세탄백화점이 이세탄 미러(고급 화장품), 이세탄 살롱(명품 잡화 등) 등 113개 전문점을 운영해 3000억원(2015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엘큐브에는 ‘라인프렌즈’ 등 캐릭터 숍, ‘체리코코’ 등 온라인 쇼핑몰, 홍대 인기 디저트 ‘키스 더 티라미수’ 등 21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영업 시간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홍대 타임’으로 운영한다. 롯데 측은 “연내 엘큐브 홍대 2호점을 추가하고, 백화점이 많지 않은 지방 등을 공략해 리빙·화장품·패션잡화 등 다양한 전문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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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아예 ‘쇼핑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오는 9월 경기 하남에 오픈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 얘기다. 정용진(48) 신세계 부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단순 판매시설이 아니라 고객에게 사랑받는 ‘스타’와 같은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 수 있는 ‘마당’이라는 의미에서 스타필드란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어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가족과 연인 단위 쇼핑객이 늘어나고 유통업의 경쟁 상대도 테마파트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스타필드는 고객에게 일상을 벗어난 ‘놀라움으로 가득한 하루(what a wonderFULL day)’를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레져·엔터테인먼트·힐링 시설이 들어선 복합 체류형 공간으로 꾸며진다. 글로벌 쇼핑몰 개발사인 미국 터브먼사가 지분의 49%를 투자해 신세계와 공동으로 진행하며 투자비만 1조원이 넘는다. 신세계는 2011년 복합 쇼핑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하남유니온스퀘어라는 법인을 세웠고, 2013년 말 미국 터브먼과 투자 계약을 맺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4년 ‘비전 2023’을 발표하면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복합 쇼핑몰을 강조했다. 스타필드 하남은 그 첫 신호탄으로 신세계의 올해 최대 역점사업이다. 신세계는 하남을 시작으로 고양삼송, 인천청라 등에도 ‘스타필드’ 쇼핑 테마파크를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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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도 오는 4월 인천송도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를 연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특징을 살려 ‘이국적 분위기의 아웃렛’을 차별을 노린다. 1층에 유럽 노천카페를 연상시키는 ‘가든 테라스’카페를 선보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천신항과 차로 10분 거리라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고 인천공항 경유 고객을 대상으로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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