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 우레탄트랙, 만지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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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초등학교. 송봉근 기자

우레탄트랙이 깔린 학교의 학생은 체육활동 중에 피부가 트랙에 닿지 않도록 하고 운동 후엔 반드시 손을 씻는 등의 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레탄트랙 중 절반에서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수도권 초등학교 유해물질 조사
25곳 중 절반 납 기준 초과…"체육후 손 씻어야"

환경부는 22일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30곳에서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트랙의 유해물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렌탄트랙 25개 중 13개에서 한국산업표준(KS) 납 기준치(㎏당 90㎎)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중 환경부의 실태조사에 응한 학교 30곳에서 지난해 5~12월 이뤄졌다. 환경부는 "중금속 검출이 특별히 우려된 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어서 보편적 학교 중 일부를 골라 무작위로 골라서 조사를 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도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연세대 예방의학과 임영욱 교수팀이 맡았다.

조사 대상 중 30곳 중 5곳은 인조잔디 운동장만 설치됐고, 나머지는 인조잔디운동장과 우레탄트랙이 모두 설치돼 있었다.

환경부가 납·카드뮴·크롬·아연·수은·비소 등 6개 중금속 함유량을 조사해 보니 인조잔디 운동장에선 중금속이 모두 한국산업표준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다. 하지만 우레탄트랙에선 6개 중금속 중 납 농도가 조사 대상 25개 중 52%인 13곳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납은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뇌신경계 등의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레탄트랙은 고무탄성층 위에 우레탄수지를 덮는 식으로 설치한다. 우레탄트랙을 굳게 하는 경화제나 접착제, 붉은색 혹은 초록색을 띄게 하는 안료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환경부는 조사대상 중 절반에서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에 대해 "우레탄트랙을 빨리 굳게 하기 위해 시공 중에 납을 추가했거나 안료 중에 함유된 중금속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납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은 ㎏당 납이 9585㎎ 검출돼 기준치(90㎎)의 100배를 넘었다. 납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학교도 여럿 있었다.

한편 우레탄트랙이 설치된 지 오래된 곳일수록 기준치를 초과한 곳의 비율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KS 표준이 제정된 2010년 11월 이전에 우레탄트랙이 설치된 학교는 10곳이었는데 이중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70%(7곳)였다. KS 표준이 개정된 2013년 10월 이후에 우레탄트랙이 설치된 학교는 5곳이었며 이중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20%(1곳)였다.

조사팀이 이들 학교의 학생 93명을 대상으로 체육시간 중 활동 패턴, 사후 손씻기 습관 등을 조사한 결과 납의 위해도는 1.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허용량보다 1.24배 많이 납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교육부에 우레탄트랙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해당 학교 학생들에겐 행동요령을 교육하도록 통보하기로 했다. 조사를 담당한 임 교수는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의 학생들은 우레탄바닥에 앉지 말고, 체육활동 후엔 반드시 손을 닦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레탄트랙의 위험성은 그동안에도 환경단체나 교육부 등의 조사에서도 이따금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충북도·광주광역시 등에선 '친환경운동장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하고 자체적으로 운동장에서 유해물질을 검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재 초등학교 6011곳 중 우레탄트랙이 설치된 학교는 1323곳에 이른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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