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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그림엽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1호 4 면

올해는 화가 이중섭이 태어난 지 100년, 타계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준비된 가운데 첫 포문을 부암동 서울미술관이 열었습니다. 제목이 ‘이중섭은 죽었다’(3월 16일~5월 29일)입니다.?이 미술관을 설립한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이중섭 매니어’입니다. ‘황소’ 그림을?사진으로 구입한 지 27년 만에 기어이 진품을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을 주고 사버린?뚝심의 사나이입니다. 이중섭 그림만 19점을?갖고 있지요.


이번 전시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삶을 죽음에서 탄생까지 역으로 구성했습니다. 비싸고 유명한 작품 중에 일본으로 보낸?가족, 특히 두 아들에 대한 부정(父情)이 듬뿍 담긴 작은 엽서 한 장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한글 번역은 이렇습니다. “아빠가 오늘?종이가 떨어져서 한 장만 그려 보낸다. 둘이서 사이좋게 기다려다오. 아빠가 가서 자전거 사줄게.”


평생을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다 마흔에 세상을 떠난 작가에게는 오로지 가족 생각뿐이었습니다. 담뱃갑 은종이에라도 가족들을 그리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은지화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 마음이 다 그럴 테지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하긴, 요즘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도 합니다만.


p.s. 미술관에 가면 보통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고 쓰여있지만 여기서는 ‘예의를 갖춰 주십시오’라고 써놓았더군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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