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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후덕 "취업청탁 논란된 딸이 '재심' 제안···공문 한 장이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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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덕 의원. [중앙포토]

결정적으로 종이 한 장, 총선청년네트워크가 보낸 공문 한 장이 저를 재심에서 살린 겁니다."

윤후덕 의원(60·초선)은 18일 지역구인 경기 파주갑 단수 후보로 확정됐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공천심사에서 '컷오프' 됐다가 8일 만에 '지옥'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윤 의원도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공천 탈락 당일 승복 문자를 보내려던 순간 (취업청탁 논란 당사자인) 딸이 '여기서 그만두면 제가 너무 미안하다. 절차가 있으면 재심을 받아보자'고 해서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공천재심위의 재심 인용 결정을 받은 데 이어 이튿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통과했고 이날 공천을 확정지었다.

이미경·전병헌·정청래 등 다른 탈락 의원들은 모두 재심청구가 기각되고 윤 의원만 되살아나자 당 내부에서 '친노라서 윤 의원만 받아들여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윤 의원은 "친노니 뭐니 그런 것은 저하고는 해당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컷오프를 요구했던 시민단체가 보낸 공문 한 장이 저를 재심에서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딸 취업 청탁 의혹이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리되고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보도를 결정 받은 근거 자료를 제출하자 총선청년네트워크가 '더 이상 낙천·낙선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다음은 윤 의원과 인터뷰 전문.

컷오프된 뒤 오늘 단수 공천으로 되살아났는데 지금 심정은.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다시 더 되돌아보고 헌신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당 공천위의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을) 10일 오전 10시쯤 뉴스를 보고 알았어요. 의외로 심정적으로는 담담하고 그렇더라구요. 마음을 정리하고 참모들과 논의해서 '당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백의종군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만들었어요. 그게 11시 38분쯤이에요. "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나.
"중요한 게 가족들이잖아요. 그래서 아내하고 얘기하고 또 '받아들이고 털자' 이렇게 의논을 했는데 그 사이 우리 딸과 대화하는데 딸이 '여기서 그만두게 되면 내가 아빠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그 말을 해요. 그리고 절차가 있으면 재심 신청을 하겠대 자기는. 난 재심 절차가 없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알아보니까 재심절차 있다 그래요. 그래서 서류 만들라고 해서 절차에 따른 재심은 받아보자 했죠."
혼자 재심이 받아들여진 데 '친노 인사라 봐주는 것'이란 말도 있다.
"친노니 뭐니 그런 거는 저하고는 해당이 안 된다고 봅니다. (재심 받기로 결정한) 다음날, 홍창선 위원장이 라디오에서 인터뷰 하는 걸 정말 우연히 듣게 됐어요. 그날 공천 배제된 사람들 얘기를 한 분, 한 분씩 했죠. 저한테는 자녀취업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무혐의 됐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 요청이 직권결정돼서 그거는 공관위원들이 이해하고 설명이 됐는데, 시민단체에서 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나 한 사람 낙천 대상자로 돼 있어서 향후 당의 큰 문제가 된다는 의견 때문에 부적격 판정을 했다는 거예요. '이거는 부정확한 정보에 의해서 내가 오심이 난 거다'라고 판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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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이 무혐의 처리 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통지서(왼)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언론중재위 결정문(오) [윤후덕 의원실 제공]

어떤 시민단체가 낙천대상자로 선정했나.
" 저를 부적격이라고 했던 데는 '총선청년네트워크'예요. 자기네 초안 만들 때 내 이름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3월 3일날 상위 기구(총선네트워크)에 명단 올릴 때는 제 이름은 올라가지 않았어요. 다른 분 이름이 올라갔지. 우리 당 보좌관이 직접 가서 정식으로 설명을 했어요. 해명이 됐고 그래서 청년네트워크에서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견을 줬죠. 제가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했는데 어렵다고 해서 대신 간담회를 하자고 조율하는 과정에 (공천심사에서) 부적격 처리가 돼 버린 거죠. 그 뒤 총선청년네트워크가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에 대한 낙천·낙선 운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드립니다. 의정활동에 참고하십시오'라는 공문이 왔어요. 그래서 공문을 첨부해서 재심 서류에 넣었어요. 결정적으로 종이 한 장이, 그 공문 한 장이 저를 재심에서 살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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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총선청년네트워크가 보내온 공문. 윤후덕 의원은 이 공문 한 장이 재심에서 자신을 살렸다고 말했다. [윤후덕 의원실 제공]

지역구에서 다른 예비후보들은 윤 의원 단수 공천에 반발하는데.
"나는 어떤 경우든 경선을 존중하는 사람입니다. 경선은 늘 각오하고 임하는 것 아닙니까. 그 과정에서 내가 우선 자격을 회복해야 경선이 되지 않습니까. 그런 의견을 나름대로 당의 실무자들한테도 늘 냈어요."
우여곡절 겪었는데 앞으로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건가.
"열심히 다녀야죠. 이번에 총선청년네트워크하고 소통 많이 됐습니다. 최저임금 만원을 실현하기 위한 공약도 더 가슴 속에 새기게 됐죠. 대학생 주거복지라는 게 참 열악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많은 소통을 통해서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정책 개발에 전념하겠습니다.
이번 20대 총선을 어떻게 보나.
"어지럽네요. 정치권 전체가 어느 당 할 것 없이 내분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 같아요."

박가영 기자 park.ga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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