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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댐 물 가두느냐 비우느냐, 파주·철원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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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에서 9900㎡(3000평) 규모의 논 농사를 짓는 김병수(57)씨는 모내기철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봄 극심한 가뭄으로 물을 대지 못해 2600㎡의 논 농사를 포기한 기억이 나서다. 올해는 우물을 파고 파주시도 관정을 연결했지만 큰 가뭄이 들면 대책이 없다. 김씨는 “한탄강댐이 담수 기능을 갖추면 앞으로 물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물을 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니 걱정”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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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완공되는 저수량 2억7000만t 규모의 홍수조절용 한탄강댐이 본댐 공사를 마치고 최근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사진 전익진 기자]

11월 완공을 앞둔 한탄강댐의 담수 여부를 놓고 경기도와 강원도가 마찰을 빚고 있다. 댐 하류에 있는 경기도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담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류에 있는 강원도와 환경단체는 침수 피해 등을 들어 담수에 반대하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 해결 위해 필요”
경기도, 정부에 일부 담수방안 건의
“재인폭포 등 환경 훼손, 침수 피해”
철원군·시민단체 반대 입장 단호

이같은 갈등은 한탄강댐이 당초 임진강 홍수조절용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평상시는 수문을 열어 담수하지 않고 홍수 시에만 일시적으로 담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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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와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에 2007년 2월부터 건설 중인 한탄강댐은 높이 83.8m, 길이 694m, 총 저수량 2억7000만t 규모의 콘크리트댐이다. 총 사업비는 1조2800억원.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본댐 공사를 마친 상태로 본댐으로 물길을 돌리고 주변을 정비하는 공사만 남겨놓고 있다. 공정률은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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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할 경우 훼손이 우려되는 연천 재인폭포. [사진 전익진 기자]

경기도와 파주시는 하류 지역 가뭄 해소 대책으로 제한적인 담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경기북부 지역의 만성적인 농업용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한탄강댐의 일시 담수가 필요하다”며 “비홍수기(10월부터 이듬해 4월) 경기지역에 국한해 전체 담수량의 10% 미만(2700만t)을 담수할 것”을 정부에 최근 건의했다. 경기도는 임진강 상류인 연천군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총 저수량 7100만t)이 비홍수기에 일부 담수(1330만t)를 통해 하류 지역 가뭄해소에 도움이 된 것을 모범 사례로 들고 있다. 이재홍 파주시장은 “환경 및 지역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한탄강댐과 군남댐에서 갈수기에 용수를 공급하도록 일정 부분 담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은 단호한 반대 입장이다. 담수가 이뤄질 경우 댐 상류에 대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규제 가능성이 크고, 홍수기에 배수 지체로 철원 지역이 침수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한탄강댐은 장기간 검토 끝에 홍수조절용으로 이미 최종 합의된 사항”이라며 “담수 고려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담수를 반대하고 있다. 이석우 의정부·양주·동두천 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담수가 이뤄지면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재인폭포와 한탄강 주상절리 등이 잠겨 심각한 환경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탄강댐 담수를 요구하는 연천군은 물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천군은 지난 1월 연천읍 이장단협의회로부터 연천읍 동막리를 관통하는 아미천 하류에 3000만∼400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다목적댐을 건설하자는 건의를 받아 국토부에 전달했다.

한탄강댐 담수 추진 여부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한탄강댐은 2006년 8월 당시 국무조정회의에서 홍수조절용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지난달 말 한탄강댐을 일부 담수하자는 경기도의 공식 요청이 있었지만 ‘현재대로 홍수조절용으로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익진·임명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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