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자랑하는 애플 vs 고민 깊어가는 구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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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본사 전경. [중앙포토]

   최근 애플이 총기테러 사건의 용의자의 아이폰 암호화를 거부하는 등 스마트폰 암호화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사회에서 격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암호화에 취약한 구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 14억대의 안드로이드폰의 10%에도 못미치는 스마트폰만 암호화되어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는 애플의 아이폰이 95%가량 암호화 된 것과 대비된다. 애플의 이런 강한 보안 정책은 최근 총기 테러 사건의 범인인 사예드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의 암호화 해제를 둘러싸고 애플과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미국 법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파룩의 총기 테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암호를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라고 애플에 명령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부하고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폰 보급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인 ‘아이폰’과 아이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인 ‘iOS’를 동시에 개발해 보급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애플 생태계 안에서만 사용된다. 그래서 애플이 직접 암호화와 보안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만 하면 된다. 그런데 구글은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만 공급하고 스마트폰은 삼성 등 각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안드로이드를 널리 퍼트리는 데 초점을 맞춘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고 암호화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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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안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자사가 내놓는 스마트폰인 ‘넥서스’(Nexus)에는 자동으로 암호화해왔다. 하지만 일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런 구글의 정책에 저항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와 사진, 비디오를 암호화하는게 스마트폰의 성능을 저하한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이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떠날까 두려워 더 강하게 주장하진 못했다. 구글의 매출 비중 중 안드로이드 공식 운영체제 판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단 구글은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6.0)은 반드시 암호화 하는 등 이후 배포되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보안성을 높일 계획이다. 다만 이미 배포된 안드로이드에 대한 보안은 장담하기 어렵다. WSJ는 “만약 샌버나디노 총기테러 사건의 주범인 파룩이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했다면 수사관들이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구글의 암호화 정책을 꼬집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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