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세계에 바둑 알려” 알파고에 첫 프로 명예 9단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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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은 15일 인공지능 알파고에 명예 9단증을 수여했다. 홍석현 총재(오른쪽)가 이날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연구총괄에게 단증을 전달하고 있다. 단증에는 알파고를 위해 한글과 함께 영어로 ‘한국기원은 알파고의 뛰어난 기품과 업적을 인정하여 명예 9단을 수여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인공지능 알파고가 명예 9단에 등극했다. 15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최종국 이후 열린 폐회식에서 한국기원은 이세돌 9단에게 4대 1 승리를 거둔 알파고에 명예 9단을 수여했다.

세기의 바둑 대결 폐회식
구글 “AI 연구, 과학계와 공유”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명예 단증이 아닌 프로 명예 단증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는 세계 최강자를 이기는 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며 명예 9단 수여 이유를 밝혔다.

폐회식에 참석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중앙일보·JTBC 회장)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이세돌 9단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강인한 정신력·창의력·천재성을 발휘한 이세돌 9단에게 많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특히 “일주일간 모든 국민이 바둑을 둘 줄 알든 아니든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다”며 “바둑이라는 동양문화의 정수를 통해 서구인들이 동양문화의 아름다움과 높은 수준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대국엔 300명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14개 방송사 및 온라인 채널이 중계 경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대국 첫날보다 취재진 수가 많다고 했다.

대국의 영어 해설을 맡은 크리스 갈록은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대국” “기념비적 대국” 등의 표현을 쓰며 “바둑에 전례 없는 관심이 쏠리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리말 해설을 담당한 김성룡 9단은 “5국에서 이세돌 9단이 4국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컴퓨터가 가장 잘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맞대응했다. 그 도전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의 이후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영국에 돌아가 면밀히 분석하고 향후 상황을 검토해 더 대국을 할지,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폐회식에서 그는 “아직 인공지능의 초기 단계다. 인간이 많은 걸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며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될 때 처음 제안한 게 윤리위원회 설립”이라고 전했다. 또 “연구 결과를 과학계와 공유해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공지능이 다수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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