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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가모장 사회의 속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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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구단과 알파고의 승부에 울고 웃은 한 주였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터미네이터’‘트랜센던스’‘매트릭스’ 같은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기계가 주인이 된 영화 속 세상은 하나같이 어두운 회색빛이었죠. 실제로 그런 세상이 올까요. 머지않아 지구상에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한 학자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밀려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전망까지 내놓았더군요.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알파고를 이세돌 구단이 이기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긴 했지만 인공지능이 앗아갈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은 떨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국의 교육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출간된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에는 20세기 초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은 남편이 아내 목에 밧줄을 감고 시장으로 가서 팔아넘기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남녀차별이 심했습니다. 그런 영국에 여성의 참정권이 주어진 건 1928년이었습니다. 한국은 1948년입니다. 남자만 한 집안의 가장이 될 수 있도록 한 호주제가 폐지된 건 2005년, 겨우 11년 전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나 봅니다. ‘가모장 사회’니 ‘신 삼종지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 말이죠.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는 가정 내 여성의 위상 변화를 유행어 신 삼종지도에 빗대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실제로 가정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많이 올라갔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딸은 시집가고 나면 남의 집 사람, 즉 시댁 사람이 된다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요즘은 아들은 장가가면 처가 사람이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남녀차별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이 아직 많습니다. 가모장 사회라는 말이 화제가 되는 것도 여전한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반영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상의 반은 여성, 그리고 그 나머지 반은 남성입니다. 실질적인 남녀 평등이 이뤄질 때 더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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