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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화점 고객, 한달 만에 42% 늘어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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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백화점은 ‘샌드위치’ 위기에 몰렸다. 온라인 쇼핑몰이 저렴한 가격으로 누르고 대형마트가 백화점 못지 않은 구색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백화점 업계는 2014년(-1.6%), 2015년(-0.4%) 2년 연속 역성장했다.

현대백화점 ‘월리를 찾아라’ 캠페인
체험형 테마파크 분위기로 인기
상품홍보 대신 고객감성 파고들어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가격 할인이나 상품 홍보가 아닌 캠페인 하나로 고객의 발걸음을 백화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정지선(44)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지시로 6개월간 전담팀을 꾸려 기획한 ‘월리를 찾아라(Where’s Wally?) 캠페인’이다. 월리는 1987년 태어난 영국의 캐릭터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배경 속에 숨은 월리를 찾아내는 그림책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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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에 꾸며진 세계 최대 ‘월리 자이언트북 전시회’에서 고객들이 월리 캐릭터로 분장한 직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15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월리 캠페인이 시작된 2월13일부터 지난 주말(3월13일)까지 신규 고객은 3만2800명 늘어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지난해 비교 기간은 설 대목 이후 영업일 29일에 해당하는 지난해 2월21일부터 3월22일까지로 삼았다.

무엇보다 최근 3개월 동안 이 백화점을 찾지 않았던 고객 1만6000명이 다시 백화점을 이용하기 시작해 고객 회귀율이 30%나 뛰었다. 기존 고객을 온라인 등에 빼앗기고 있는 백화점 업계로선 반가운 성과다. 현대백화점의 최근 3년 신규 고객 증가율은 평균 10%, 고객회귀율은 3%에 그쳤다.

월리 실험은 지난해 시동이 걸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대형마트가 이미 백화점 역할을 다 하고 있다”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좋으니 백화점 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발굴해 고객이 여기 와서 웃게 해 보라”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올 초 업무보고에선 “불황형 할인 경쟁이나 매출 경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며 “백화점을 사람들이 생활을 설계하고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는 콘텐트 디벨로퍼(Developer·개발자)로 변신시켜 업계 리더가 되자”고 강조했다. 회사는 반 년에 걸친 기획 끝에 ‘행복 바이러스’를 주제로 정하고 전국 18개 점포와 온라인 사이트를 월리 캐릭터로 꾸몄다.

캠페인의 핵심은 상업성의 최소화와 체험의 극대화다. ‘당신의 행복은 어디있나요(Where’s Happiness)’, ‘행복은 우리 곁에 있어요(Happiness is Here)’같은 팻말과 함께, 매장 곳곳에 고객이 숨바꼭질처럼 찾도록 월리 캐릭터를 숨겨 놓았다.

월리 복장을 한 직원과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백화점에서 행진을 펼치며 고객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행사도 ‘월리 책 전시회’, ‘월리와 함께하는 행복 걷기대회’, ‘월리와 우프(애완견) 코스프레 대회’ 등 수익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고객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는 19일 열리는 걷기 대회는 접수 당일 1500명이 신청해 마감됐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월리와 찍은 사진을 올린 건수도 지금까지 5만 명에 달한다. 지난 12일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만난 백송이(38)씨는 “어릴때 좋아했던 그림책 주인공을 잊고 살았는데 다시 보니 너무나 반갑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당초 이달까지 할 예정이었던 월리 캠페인을 오는 5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월리의 뒤를 이을 또다른 콘텐트의 개발은 현대백화점의 고민이다.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그러면서 상업성 냄새가 적은 콘텐트 발굴이 쉽지는 않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따라 콘텐트 개발 전문 바이어를 육성키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후속 콘텐트를 위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을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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