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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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도전자 결정국
[제1보 (1~16)]
白.李 世 乭 7단 | 黑.曺 薰 鉉 9단

도전자가 결정되는 본선리그 최종국.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조훈현9단과 이세돌3단이 5승1패, 동률 1위가 되어 다시금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지난해 왕위전 생각이 난다. 그때는 조훈현.이세돌.조한승 3명이 동률이 됐고 재대결에서 이세돌이 조한승과 조훈현을 연파하고 도전자가 됐다. 그 다음은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이창호-이세돌의 도전기. 그러나 정상 정복을 노리던 이세돌의 야망은 이창호의 강력한 방어막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고….

올해는 어찌 될까. 曺9단은 1999년 이후 이세돌에게 여덟번 내리 지고있다. 치욕의 8연패. 40년 바둑 인생에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曺9단은 말했다. "늙은 생강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

그 말을 들으며 이세돌은 환하게 웃었다. 어딘지 닮은꼴인 조훈현과 이세돌. 날카롭고 사나운 발톱을 지닌 고양이과의 두 사람. 6월 30일 그들이 마주앉았다. 돌을 가리니 曺9단이 흑.

초반이 빠른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방향이 결정되면 망설이거나 재지 않는다.

미니중국식 포석에서도 9의 누르기는 최신형에 속한다. 11, 13은 일관된 고압전술. 이세돌7단은 14로 낮게 뻗은 다음 16으로 끊어갔다(14를 성토하는 반대론자도 많다. 초반에 패망선으로 돌이 흐른 데다 15의 두점머리를 얻어맞은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이란 얘기다. 그러나 한국 기사들은 14를 실전적인 수로 선호한다).

중국 기사들은 '참고도'처럼 백1로 몰아버리고 3으로 뻗는 수를 즐긴다. 흑이 마음껏 세력을 쌓게 놔둔 다음 7로 낙하산을 떨궈 삭감하는 수법이다. 이후 8로 붙이고 10으로 끊은 것은 曺9단과 중국 기사와의 실전. 그러나 15의 축으로 잡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이 부근의 정석은 아직 미완성이고 연일 새로운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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