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행복감 만드는 7가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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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 다니며 아이 키우다보니 울컥) 40대 초반 직장맘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도 키우다 보니 몸도 마음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사하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힘들 땐 알 수 없는 억울한 마음이 생기고 때론 분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계속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지난해부터 삶의 작은 부분에 대해 감사하는 훈련을 했고 조금씩 감사한 마음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함과 행복함이 연결되지 않아 고민입니다. 감사하면 행복감이 찾아온다고 글에서 읽었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 왜 그런지 답답합니다. 감사하려고 노력하는데도 행복해지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감사 훈련해도 행복하지 않다는 직장맘

A (들쭉날쭉한 감정에 기대지 마세요) 행복하려면 행복에 대한 기준이 중요합니다. 먼저 행복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행복은 행복한 삶의 내용과 그것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 반응으로 나누어집니다. ‘행복을 빈다’고 할 때의 행복은 삶의 내용을 말합니다. 행복을 빈다는 것은 행복한 내용, 행복한 일이 많았으면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행복에 젖다, 행복을 느끼다’고 할 때의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 반응입니다. 행복한 삶의 내용 때문에 내 마음이 기쁨과 흐뭇함을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보통 우리가 행복하다고 하면 느낌을 이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내 기분이 좋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오늘 사연도 감사할 삶의 내용, 즉 행복의 내용은 있는데 그 내용이 행복감으로 연결되지 않아 고민이라는 내용입니다.

보통 우리는 행복한 삶의 내용이 있으면 느낌도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의 예를 들어 볼까요. 얼마 전 강남통신 창간 3주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참여하고 있는 저에게도 뜻깊은 날이었는데요. 매주 스트레스 클리닉 칼럼을 통해 애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은 제 인생에 매우 소중한 행복 콘텐트입니다. 그러나 항상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에 쫓겨 원고를 쓰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때는 행복감이 아니라 초조 불안감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그 순간, 즉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는 칼럼을 쓰는 일이 제 삶에 불행한 내용이 된 것일까요.

행복한 삶을 살려면 느낌보다 삶의 내용, 즉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저의 예를 들면 글을 쓸 때 바빠서 지친 것이든, 다른 속상한 일로 제 감정 상태가 안 좋아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든 제 마음에 행복한 느낌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트레스 클리닉을 통해 독자분들과 만나는 일이 가치 있는 행복 활동이라면 제 삶은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치가 아니고 느낌에만 의존해서 내 행복 여부를 판단하면 감정이 목적이고 행복 활동이 수단이 되어 버립니다. 감정이란 그 특징 자체가 변덕이 심하죠. 따라서 내 행복 지수도 들쑥날쑥하게 됩니다.

행복 중독 벗어나기

오늘 사연을 다시 정리해 보면 분노하고 억울한 감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감사할 줄 알게 됐는데 그 감사함이 행복감과 연결되지 않아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행복을 최종적인 삶의 목적으로 삼은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이라는 것이 엉뚱해서 행복을 목표로 뛰면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으면 ‘행복’이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행복이 인생의 목표인 것, 나쁘지 않습니다. 사장이 되겠다, 장관이 되겠다라는 성취 위주의 목표보다 소박하고 진솔한 삶을 사는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사실 인생 목표가 행복인 것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목표입니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려면 인생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데 행복을 인생 목표로 삼으니 오히려 행복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왜 행복이 높은 수준의 목표일까요. 행복은 행복한 삶의 내용과 그것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 반응으로 나누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행복하고 싶다고 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많죠.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는 것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것인데요.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의외로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행복이 높은 목표라는 것입니다.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뇌가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삶의 내용이 생기면 행복감이 찾아옵니다. 문제는 이 행복감이 계속 유지되지 않고 옅어진다는 것이죠. 이것을 적응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결혼식 날, 사랑하는 사람과 이제 평생 함께할 수 있어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그 결혼식의 행복감이 끝없이 지속하진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행복감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면 내가 결혼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불행한 마음이 찾아옵니다. 결혼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이 원래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말이죠. 행복감 자제가 인생의 목표가 되면 적응을 넘어서는 더 강한 자극을 뇌가 쫓게 됩니다. 이게 중독 현상입니다. 소소한 자극에는 뇌가 행복감을 못 느끼게 되는 것이죠.

행복은 느낌보다 행동으로

행복한 느낌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어야만 뇌에 행복감이 찾아오게 돼 행복감을 느끼기가 더 어렵습니다. 행복한 느낌을 좇는 것보다는 감정이 좋든 말든 가치 있는 행복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슬쩍 행복감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행복 활동을 하는 것보다 행복 활동이 가치가 있어서 실천하다 보니 행복감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행복감 만들기 전략이라는 것이죠. 행복 활동으로 추천할 7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당신이 받은 축복을 셈하자’입니다. 행복일기 쓰기가 여기에 해당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일요일 저녁, 3개에서 5개의 현재 행복한 사건, 감사해야 하는 일을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면허 취득, 아이의 첫걸음 등입니다. 다음은 ‘친절한 행동을 실천하자’입니다. 큰 봉사나 헌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쁜 사람에게 순서 양보하기, 피곤해 보이는 동료에게 따뜻한 말과 커피 한 잔 권하기, 남의 고민 들어주기 등 주변을 살펴보면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이런 행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고, 나와 주변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일으켜 행복감을 배가시킵니다.

셋째는 ‘인생의 즐거움을 음미하기’입니다. 한순간의 기쁨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멋진 가을의 정취 등 계절이 주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울적할 때 행복한 시간을 회상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멘토에게 감사하라’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방향을 제시해 준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자세할수록 좋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다음은 ‘용서하는 법을 배우자’입니다. 나를 위해 용서하는 것이죠.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복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행복감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다음은 ‘가족과 친구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라’입니다.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일곱째는 ‘신체건강을 챙겨라’입니다. 충분한 수면, 운동, 스트레칭, 웃음은 짧은 시간에 당신의 기분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실천은 일상생활을 보다 만족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이 7가지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행복 피트니스 방법입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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