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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거부반응 최소화한 인공심장판막 이식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연구진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인공조직 심장판막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인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 판막은 기존의 인공심장판막보다 혈액운동이나 내구성이 우수해 재수술 횟수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흉부외과 김용진·임홍국 교수팀은 돼지의 심낭 조직을 특수 면역 처리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차세대 인공조직심장판막을 개발했다. 이 판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25일 22세 여성 환자의 폐동맥판막 부위에 이식했다. 이 환자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아 왔으며 그 동안 수차례 수술을 받았었다.

이번 판막은 우심실이 폐로 혈액을 뿜어낼 때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식 받은 환자는 어릴 때 복합 심장기형의 일종인 팔로사징 진단을 받았다. 그 동안 폐동맥의 좁은 부분을 넓혀주는 수술을 받았고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하는 바람에 우심실의 운동능력이 매우 떨어져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수술을 받자마자 혈액의 역류가 멈췄고 시술 4일째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국내 업체인 ㈜태웅메디칼과 함께 개발한 ‘니티놀 스텐트’를 이용해 차세대판막을 폐동맥 판막 부위에 이식했다. 이번 이식 시술은 가슴을 여는 방식이 아니라 사타구니 혈관에 도관을 삽입하고 도관을 따라 판막을 감싼 스텐트를 판막 부위에 앉혀 스텐트를 이식하는 시술법을 활용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스텐트-인공판막이 상용화되어 고령층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이식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텐트-인공판막은 폐동맥판막 질환에 특화된 것으로 차별성이 있다. 특히 폐동맥판막 질환에서 스텐트-인공판막 시술은 국내 최초다.

김기범 교수는 “폐동맥판막 질환에 특화된 스텐트-인공판막은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단계에 있다. 국내 기술로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판막을 개발하고, 이를 스텐트 시술로 이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시술이 본격화 되면 폐동맥 판막질환 환자는 간단한 시술로 면역거부반응이 없고 내구성이 좋은 판막을 이식 받을 수 있게 돼 인공판막의 수술 및 재수술의 고통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연구팀은 차세대판막과 스텐트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보건복지부 지원, 서울대병원 주관)과 공동 연구를 해 왔다. 원천 기술과 특허는 외국의 세계 최대 규모 판막회사의 기술 판매 요청을 거부하고 ㈜태웅메디칼에 이전했다. 김용진 교수(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심혈관 이종이식개발 과제 책임연구자)는 “이번 차세대판막은 유럽 등 선진국이 독점하고 시장에 한국 의료기술이 발을 들여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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