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속풀이한 듯 매우 후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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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종주국인 중국의 반응은 뜨거웠다. 중국의 바둑 1인자 커제(柯潔·사진) 9단은 이세돌 9단이 거둔 첫 승에 대해 “매우 후련하다. 속풀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중 알파고가 했던 실수를 두고선 “알파고가 마치 버그가 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바둑 기사들 존엄 되찾아”
중국, 양회 중계 멈추고 승리 속보

그는 “이세돌 선수가 바둑 기사들의 존엄을 되찾았다”면서 “이 선수는 이미 컴퓨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커제는 “(세 차례의 경기를 통해) 이 선수가 알파고에 대해 학습한 것 같다”면서 “마지막 경기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세돌 9단이 신의 한 수로 알파고를 물리쳤다”고 극찬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온라인 사이트 환구망(環球網)은 이세돌 9단이 둔 78번째 중앙의 ‘끼움 수’에 대해 중국의 구리(古力) 9단을 인용해 “이 9단이 신의 한 수를 둬서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보도했다.

환구망은 “이 수가 네 번의 대국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수였다”고 전했다. 환구망은 “이번 대국의 승리는 이 9단 자신은 물론이고 인류의 체면을 지킨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78번째 수가 나온 이후 알파고가 다소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이면서 연속해 초보자 수준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마를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세돌의 승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중국중앙방송(CC-TV)도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중계방송을 중단하고 이 선수의 승리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라인판 기사에서 “알파고가 5번기 대국의 승리를 확정했지만 이 9단의 첫 승리는 인공지능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으며 바둑에 있어서 인간을 극복하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일본 프로기사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9단도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넓은 범위를 읽는 데 정밀도가 떨어지는 약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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