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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250명 중 150명 박사 “알파고 힘의 원천은 집단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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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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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 영국 런던 본사 2층에 위치한 직원들의 휴식공간. 당구대?탁구대도 있다. 직원들은 매주 금요일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파티를 연다. [사진 네이처 비디오 캡처]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역’ 인근 ‘구글 딥마인드’ 본사. 높은 빌딩 사이 미로 같은 길을 지나 찾아간 본사 외벽에는 회사를 알릴 만한 표시는 전혀 없었다. “알파고에 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해 본사 위치를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있다. 찾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quite tricky)”이라는 딥마인드 관계자의 말대로였다.

구글 딥마인드 런던 본사 가보니
임대료 살인적인 런던 한복판서
1개 층 통째로 놀이·카페공간
직원들 창의력 최대한 끌어올려

2층으로 올라가자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간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는 물론 당구대·탁구대 같은 놀이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살인적인 임대료를 자랑하는 런던에서 6층짜리 빌딩 중 한 층을 통째로 직원 휴식공간으로 한 게 파격적이다. 매주 금요일 직원들은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파티를 연다.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이 인수했다. 인재가 최고의 자산이고, 이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려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게 두 회사의 공통점이다. 딥마인드도 구글처럼 출퇴근이 자유롭고 점심식사와 각종 간식이 무료다. 딥마인드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 7월 새 빌딩으로 이사를 했다”며 “이사 후 휴식공간과 놀이공간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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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는 2010년에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 셰인 레그, 무스타 슐레이만 3명이 런던에서 설립했다. 주 전공은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AI. 아직까지 수익은 변변치 않지만 구글은 가능성을 보고 2014년 1월 4억 달러(약 4800억원)를 주고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구글이 그동안 유럽에서 인수한 회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는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구글의 AI사업 전반도 총괄하고 있다. 10대 초반 주니어 체스 선수로 활동한 그는 ‘체스를 둘 때 뇌가 어떻게 움직일까’에 의문을 갖고 AI 연구를 시작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15세 입학, 런던대 인지신경과학 박사, 미 MIT·하버드대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터)’ 등 천재급 경력이 화려하다. 그의 오랜 친구인 핵심 개발자 데이비드 실버 연구총괄도 허사비스 못지않은 천재다.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지난 1월 네이처에 소개된 관련 논문을 쓴 ‘주 저자’다.

직원들의 ‘가방끈’ 길이도 만만찮다. 허사비스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원 총 250명 중 150명이 박사 학위 이상 소지자”라며 “알파고의 힘은 바로 이런 인적 자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인재들의 집단지성에서 인간의 직관을 흉내 내는 알파고가 탄생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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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알파고는 이런 집단지성과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로 무장한 수퍼컴퓨터, 그리고 플랫폼의 지배자 구글의 힘이 한데 모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둑계·정보기술(IT) 업계에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이세돌 9단)가 무한 복제되는 스미스 요원과 대결하는 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허사비스는 “알파고 연구를 시작한 게 2년 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 게 1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수준을 높인 계기는 비디오 게임을 배우는 AI 프로그램 ‘DQN’이다. 그는 “당시 AI에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규칙을 입력했고 효과적인 공략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했다”며 “이후 AI는 아타리 등 나머지 48개의 비디오 게임에 대해서도 스스로 공략법을 배워 인간 이상의 점수를 냈다”고 설명했다.

딥마인드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AI를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기술 진화를 앞당기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딥마인드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협력을 시작했다. 새로운 입자의 존재 가능성은 알지만 방대한 데이터 양 때문에 CERN이 분석하지 못한 존재를 찾는 데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허사비스는 IT 매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들이 AI를 활용해 방대한 자료의 핵심을 찾아내고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런던=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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