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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계파 상관없이 김무성이 구심점…야당, 지도부 역임 ‘4인방’이 권력 분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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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무성-최경환-유승민-황우여-원유철 VS 문재인-안철수-김한길-박지원-박영선.

[뉴스 속으로] 연관 검색어로 본 ‘19대 의원 인맥’

여야 지도부가 맺고 있는 의원들과의 네트워크 순위를 비교해 본 결과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이하 더연)는 지난 3일 ‘19대 국회의원 관계망 분석’을 발표했다. 더연은 2008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주도해 설립된 정책분야 민간 싱크탱크다. 언론에 함께 보도되는 횟수,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서 언급되는 횟수 등을 따져 ‘연결정도 중심성’ 지수를 산출해냈다.

연결정도 중심성이란 ‘어느 한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함께 언급될 비중이 높은 정도’다. 가령 ‘김무성-김성태’ ‘문재인-강기정’의 식으로 이름을 조합한 뒤 네이버의 뉴스, 이미지, 지식in, 블로그, 웹문서 등에 넣어 빈도수를 따져 지수를 산출했다. 총 2만946번의 이름 조합을 검색했다고 한다. 연결정도 중심성 지수가 높을수록 한 의원이 여러 의원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당에선 김무성(2090.1)>최경환(1464.2)>유승민(1424.7)>황우여(1385.1)>원유철(1242.9) 의원 순이었고, 야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당 직전 산출)에선 문재인(1835.2)>안철수(1579.0)>김한길(1367.5)>박지원(1306.1)>박영선(1246.8) 의원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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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1위에 오른 김 대표는 2위 최 의원과 차이가 컸다. 더연은 “친박 실세라고 하는 최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비박계인 김 대표가 당 대표로서 현역 의원들 내부에선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김 대표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된 의원은 ‘우성태 좌학용’으로 불리는 비박계 김성태 의원,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 수석대변인 김영우 의원 순이었다. 김 대표는 현재는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후보의 조직총괄본부장과 2012년 새누리당 선대본부 총괄본부장을 지낸 ‘원조’ 친박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17개월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임한 최 의원은 황우여·이한구·김재원·윤상현·조원진 의원 순으로 함께 언급되는 비중이 높았다. 더연은 “황 의원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내 당내 의원들과 협업이 활발했다”고 분석했다.

김재원·윤상현·조원진 의원은 최 의원과 같은 친박계 핵심 의원으로 분류된다. 3위에 오른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있은 뒤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의원 네트워크는 단단한 편이었다고 더연은 말했다.

야당은 여러 의원으로 네트워크가 분산됐다. 최근 2년간 김한길 민주통합당 대표→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문희상 비대위원장→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순으로 지도부 교체가 빈번했던 게 원인이라고 더연은 지적했다. 당 대표 또는 원내대표 출신 의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각자의 계파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인 결과로 더연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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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의 경우 함께 지도부에서 활동했던 정청래·오영식 의원, 정책위의장 출신인 강기정 의원 순으로 함께 노출되는 정도가 높았다. 김한길 의원은 공동대표 시절 안 의원 측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 대변인 출신인 정성호 의원과 결합 정도가 높았다. 더연은 “야당에서 연결정도 중심성 점수가 가장 높았던 건 문 전 대표였지만 김한길 의원이 지도자급 의원들과 두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연은 동료 의원들과 법안 발의 등의 공조 횟수를 따져 ‘협업지수’도 만들었다.

새누리당에선 부산·경남(PK), 강원,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네트워크가 공고했다. 야당은 전북, 전남·광주, 경기 순이었다. 새누리당 PK 의원들 중에선 김정훈·박대출·안효대·김세연·이군현 의원 간의 협업도가 높았다.

부산에선 3선인 김정훈·유기준 의원, 재선인 박민식 의원 그룹과 40대의 서용교·김희정·김세연 의원 그룹으로 나뉘는 모습도 관찰됐다. 김세연 의원은 “반드시 선수나 연령으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며 “제 지역구(부산 금정)와 인접해 있는 박민식·이진복·하태경·윤영석 의원과 현안을 자주 논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선 전북 지역의 김성주·박민수·김관영(현 국민의당)·이춘석 의원의 협업지수가 높았다. 김성주 의원은 “18대 국회엔 전북 지역에 강자(정세균·이강래·조배숙 등)가 많았는데 19대 국회엔 초·재선이 다수다 보니 지역에서 조찬 모임은 물론 수시로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같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용익·김춘진 의원과도 협업지수가 높았다.

김관영 의원의 경우 최재천·정성호 의원과도 협업도가 높았다. 세 사람 모두 김한길 공동대표 시절 당직자를 지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더연 김항기 연구원(겸 고려대 SSK 불평등과 사회통합의 정치경제 연구센터 연구원)은 “여당은 떠도는 소수를 배려해야 하고 야당은 네트워크 간 의존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연은 여당의 중앙집중화 정도가 야당보다 높아 내부 관계망에서 이탈하는 의원들이 관찰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반면 야당은 권력이 전체 응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3선 이상 그룹(김성곤·원혜영·추미애 의원 등)과 초·재선 그룹(진성준·은수미·김광진 의원 등)이 분리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정당 내 ‘조용한 리더’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소집단 내부에서 의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중심부로 의원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인물을 그는 ‘조용한 리더’라고 불렀다.

여당에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손인춘 의원, 야당에선 더민주 3선의 양승조 의원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여군 부사관 출신인 예비역 비례대표인 손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지도부의 가교 역할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의 유일한 3선인 양 의원은 같은 충북 지역의 3선인 오제세·변재일 의원, 충남의 초선 박수현 의원 등을 당 지도부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더연은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조용한 리더’가 많은 정당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정당 내에서 인적·물적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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