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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우린 달에 착륙했다”…인간보다 우월해질까 걱정 시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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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5국 중 1국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자 각계는 충격과 허탈함에 빠졌다. 공공장소의 TV 앞에 몰려 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세돌 9단이 돌을 던지는 순간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바둑계 충격과 허탈
“알파고 실수했지만 이내 냉정 찾아”
커제 “이세돌 기풍, AI 대국 안 맞아”

가장 충격에 빠진 것은 바둑계다. TV 생중계 해설을 맡기도 한 프로기사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생각보다 너무 잘 뒀다”며 “알파고의 실력도 대단했지만 이세돌 9단이 평소보다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과연 이 9단이 맞는가 할 정도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장 해설을 담당한 김성룡 9단도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프로기사로서 충격적인 하루를 보냈다”며 “알파고는 전혀 인간같이 두지 않았다. 프로기사는 좋은 부분, 나쁜 부분이 있으면 흐름을 타서 다음 수를 이어가고 결과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데 알파고는 실수를 했음에도 냉정함을 유지했다.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세계기원에 모여 TV로 대국을 지켜보던 50여 명의 바둑인도 이 9단의 패배가 확정되자 탄식의 한숨을 내뱉었다. 김상명(57)씨는 “친구들끼리 이번 대결을 놓고 내기를 했는데 이 9단의 승리 쪽에 돈을 걸었다. 하지만 알파고의 순발력과 위기 대응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경민(49)씨는 “이 9단을 인류 대표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우울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알파고가 세계 챔피언을 꺾었다’며 대국 결과를 속보로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한국인과 바둑 팬들은 이세돌의 패배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또 바둑이 ‘인간이 고안한 가장 복잡한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알파고의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로이터통신은 “알파고가 세계 최고 선수를 물리쳐 AI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데 10년은 더 걸릴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로봇이 복잡한 분야에서도 인간과 같은 수행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한편, 인간보다 우월해질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세돌의 라이벌인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은 중국 매체들을 통해 “이세돌 9단의 기풍은 후반에 역전승을 거두는 스타일이어서 알파고와의 대국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당초 이 9단의 5대 0 승리를 점쳤던 커제 9단은 첫 대국이 끝나자 “알파고가 5대 0으로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대국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임에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는 글을 올렸다.

백성호·홍주희·정진우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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