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바둑은 시작일뿐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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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공개한 북한 핵 탄두보다, 윤상현이 허겁지겁 주워담으려 했던 막말보다, 오늘 우리의 시선은 가로세로 19줄 반상에 쏠렸습니다. 이세돌의 패배. ‘충격’이란 표현이 쏟아집니다.

중반까지 이세돌이 리드하는 듯했으나 막판에 어어 하며 밀리더군요. AI의 능력을 보여준 한 판이었습니다. 이세돌 역시 "진다고 생각 안했는데 너무 놀랐다. 이렇게 완벽하게 둘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한 SF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먼 미래, 우주를 정복한 인류가 마지막 미답의 경지에 들어서려 합니다. 온 우주의 AI를 다 연결해 인류의 염원이 담긴 문제를 입력합니다. “신은 과연 존재하나?”AI가 장고 끝에 낸 답은 이렇습니다. “이제부터 존재한다.”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자부심이 허물어졌다고 허탈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알파고는 AI로 현화(現化)한 인간 지혜의 집약체입니다. 이를 통해 인류의 난제 해결이 앞당겨질지, 디스토피아의 먹구름이 몰려올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바둑은 시작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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