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까지 숙제 내라" SNS에 시달리는 중국 초등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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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학업 방해 요인으로 꼽히는 SNS가 중국에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공부 양을 늘리는 교육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중국에서 모바일 메신저앱 위챗을 교육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앱 카카오톡과 유사한 형태인 위챗은 공지사항을 일괄 전달하거나 학생·학부모와 일대일로 대화하기가 편리해 교사들 사이에서 널리 쓰인다. 학교 수업이 끝난 저녁 7시에 교사가 위챗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숙제를 전달하면 학생은 숙제를 마쳐서 교사에게 보내고 학부모는 학생을 감독한다. 시험 기간일 때는 자정이 다 되도록 숙제를 하고 교사의 확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

위챗 열풍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거세다. 학부모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교육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한 학부모는 상하이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정보를 빠뜨릴까 걱정돼서 4개 학부모 단체 채팅방의 메시지 수백 개를 매일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기 자녀가 어떤 사교육을 받았는지 자랑하는 엄마들을 보면 내 아이가 뒤처지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교사 입장에서 위챗은 양날의 칼이다. 편리해진 점도 있다. 전달할 사항이 있으면 옛날처럼 가정통신문을 인쇄해 학생들에게 들려 보낼 필요 없이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공지를 하나 띄우면 그만이다. 반면 교사가 잘못을 저지를 경우 단체 채팅방 덕분에 조직력이 높아진 학부모들의 압력을 받아 징계를 당하거나 심하면 쫓겨나기도 한다.

정책적으로 교육계에 위챗 사용을 독려하는 지자체도 나왔다. 충칭(重慶)시는 올해 6월까지 시내 유치원·초·중학교에 공식 위챗 계정을 개설하고 학생·학부모와 소통하라고 권고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슝빙치(熊丙奇) 21세기교육연구원 부원장은 "모바일 메신저앱이 이미 과도한 중국의 교육열을 한층 과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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