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송태곤 '도쿄 대첩'…후지쓰배 바둑 우승 놓고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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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두 젊은 사자 이세돌(20)7단과 송태곤(17)4단이 도쿄 한복판에서 후지쓰배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이세돌7단은 5일 일본기원에서 벌어진 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 바둑의 마지막 자존심'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에게 소나기 같은 전면공격을 가한 끝에 역전 반집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소년장사' 송태곤4단은 세계 최강 이창호9단을 냉정한 판단력과 힘으로 밀어붙여 흑 불계승을 거두고 생애 첫 국제대회 결승무대에 섰다. 결승전은 7일 일본기원에서 벌어진다. 우승상금은 1천5백만엔.

준결승전에서 백을 쥔 이세돌7단은 초반 실리를 너무 많이 잃은 데다 요다9단의 세련된 타개술에 걸려들어 계속 힘든 승부를 펼쳤고 한때 패색이 짙었으나, 요다의 자만을 틈타 전면공격의 기회를 잡았고 치열한 전투 끝에 중앙 흑 대마를 잡아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7단은 지난 CSK배 때 요다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면서 대회 2연패를 눈앞에 두게 됐다.

송태곤4단은 이날 준결승전의 히어로였다. 세계대회 개인전에 첫 출전한 송4단이 무수한 강자들을 꺾고 결승까지 오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최근 국내대회 6연패의 부진 속에서 최강자 이창호9단을 상대로 완벽하고 흔들림없는 한판을 보여준 데 대해 현지에 모인 프로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송4단이 우승할 경우에는 후지쓰배 최연소 우승기록(16년10개월)을 세우게 된다.

전체 세계대회에선 이창호9단이 92년 세운 최연소 우승기록(16년5개월)에 이은 2위의 기록이 된다.

이세돌7단과 송태곤4단은 지금까지 여섯번 마주쳐 3승3패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트 이창호'의 자리를 놓고 불꽃튀는 대결을 펼쳐온 두 기사는 기풍도 매우 호전적이어서 만나기만 하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펼치곤 했다.

7일의 결승전 역시 한국식 전투바둑의 진수를 보여줄 한판승부가 될 전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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