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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남북한 문화 이질감 해소에 힘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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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는 작품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북한 문화성 산하 '먼바다 예술선전대' 등에서 12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하다가 2000년 11월 귀순한 탈북자 박두익(朴斗益.36)씨.

朴씨는 이번주 서울 강남에 문을 여는 연예기획사 'BIT'의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탈북자가 연예 관련 사업체를 차린 것은 2000년 음반 제작회사를 세웠던 안혁씨에 이어 두번째다.

朴씨는 "하나원(탈북자 교육기관)을 나오면서 '무엇을 하며 먹고 사나'고민하다가 북한에서 배운 글솜씨를 살려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펜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황해남도 재령군 예술선전대장을 하다가 '영원히 총을 놓지 않으리라'라는 연극이 혁명역사를 왜곡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어려움에 처해 탈북했다.

朴씨는 2001년 11월 영화기획사 '미르시네마'의 시나리오 공모에 '도라산'으로 당선되면서 작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시나리오는 경의선의 연결지점인 도라산에서 남북한 공병대 군인들이 철로를 연결하면서 우정을 쌓아간다는 내용이다.

朴씨는 "지난달 경의선 연결식이 이미 도라산에서 열렸지만, 2001년만 해도 '통일의 철로'를 연결하는 이 시나리오는 영화계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朴씨는 위더스닷컴.고래 등 영화.광고 기획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나리오 작가.이벤트 기획자로 실력을 다져갔다. 영화.방송계에 朴씨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지인(知人)들도 생겼고 이들과 함께 BIT를 만들게 됐다. BIT에는 전 SBS PD 출신인 김상유씨, 서울예술대 홍종명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朴씨는 "이들에게 탈북자로 평가하지 말고 '실력으로 봐 달라','수익을 투명하게 나누겠다'는 말로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BIT에는 KBS 인기프로 '사랑과 전쟁'등에 출연한 이미경씨 등 탤런트 11명과 '아줌마'를 부른 트로트 가수 김민교씨가 소속돼 있다.

朴씨는 "남한의 방송.영화계에 북한의 정체성을 제대로 소개해 남북한의 문화적 거리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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