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해병대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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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희망의 시대를 개척하는 참여정부의 개혁주체가 되기위해…" 해병대 극기훈련을 앞두고 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출사표'다.

거창한 이유를 달았지만 이번 과기부 직원들의 해병대행은 적지 않은 논란 끝에 성사됐다.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그 시간에 토론을 해 미래지향적인 합리적 운용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나왔다. 과기부의 일부 젊은 공무원들도 "우리에게 해병대 훈련이 왜 필요한가" "근무시간에 극기훈련을 해도 되는가"라며 적지 않은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호군 과기부 장관은 완강했다. 어느 때보다 단합된 과기부가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독하게 서로 부대끼고 땀흘리며 '한 마음'이 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른바 과기부 위기론 때문이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미 심화된 지 오래고 연구원들의 사기저하는 여전한 편이다. 내부적으로는 '포스트 반도체'를 둘러싸고 부처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또 청와대가 직접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과제를 챙길 뜻을 보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朴장관은 최근 과기부 직원들의 어깨에 힘이 빠져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번 해병대 극기훈련은 朴장관이 최근 과기부 공무원들의 '얌전한' 근무태도를 질타하며 저돌적으로 근무하라고 주문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당초 래프팅 등 사설업체의 극기훈련을 알아봤으나 1인당 10만원을 호가하는 등 고액이라서 일찌감치 해병대로 발길을 돌렸다. 해병대 1박2일 훈련은 1인당 3만8천원으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과장급 이상 간부 전원과 서기관.사무관 일부 등 1백명이 참가 대상이다. 이번에 빠진 50명은 오는 11일 입소할 계획이다. 성과가 좋을 경우 전 직원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당초 여성 사무관 2명이 4일 훈련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숙소.욕탕 등 번거로운 점이 많아 일단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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