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여아 성추행…벌금형 받은 근로자는 해고 대상? 법원은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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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해고 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서울행정법원 고법 행정7부(부장 윤성원)는 현대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의 해고를 인정해달라’며 낸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1심(행정법원 행정13부)의 판단과 같았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범행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죗값은 국가가 물어야 하고 사적인 영역(회사)에서 똑같은 이유로 죗값을 물을 순 없다”고 판단했다.

2013년 현대자동차 지방 공장에 근무하던 A씨는 울산의 한 은행에서 근무복 차림의 만취 상태로 ”같이 밥을 먹자“며 13세 여자 아이에게 접근해 허벅지를 만졌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회사 측에서는 ‘범법 행위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해고할 수 있다’는 내부 규칙에 따라 A씨를 해고했다.

회사의 일방적 해고 통보에 A씨는 “해고는 지나치다”며 지방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사에 복직을 명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선 “A씨는 당시 근무복을 입고 자신의 친딸보다 어린 미성년자를 추행해 회사의 명예를 떨어트리고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해고는 정당하다”고 항소했다. 또 “우리는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선처를 한 적이 없고 한결같이 퇴출했다”고도 주장했다.

양쪽의 다툼끝에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로 인해 회사의 명예가 떨어지거나 직장 질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직장 동료들도 A씨의 범행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A씨가 맡고 있던 업무도 범행 전후로 특별한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같은 1심의 판단은 적법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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