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3'슈워제네거 도쿄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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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가 약속대로 돌아왔다. '터미네이터 3'가 지난 2일 미국에서 개봉됐다(국내 25일). '터미네이터 2' 마지막 장면에서 "아윌 비 백(I'll be back)"이란 말을 남긴 채 사라진 지 정확히 12년-.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를 훨씬 웃도는 제작비 1억 9천만달러(약 2천2백억원)의 대작이다.

미래의 인류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를 없애기 위해 미래에서 온 최고의 여성 암살기계 T-X(크리스타나 로켄). 그리고 존 코너를 지키는 유일한 인간 측 전투병기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워제네거). 둘의 추격전 단 한 장면을 위해 1km가 넘는 4차로 고속도로를 새로 만들었다.

파워 넘치는 액션을 위해 주변에 건물까지 지었다. 슈워제네거 스스로도 "이런 영화는 사상 최초"라고 말할 정도다.

세월이 흘러 이젠 환갑을 바라보는 '늙은 터미네이터'가 돼버렸지만 여전히 완벽한 알몸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여 시사회에서는 "역시 슈워제네거"란 감탄들이 터져나왔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일본 도쿄를 찾은 그는 조너선 모스토 감독, 여주인공 크리스타나 로켄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다시 터미네이터로 돌아온 기분은.

"'터미네이터 2'가 끝나고 전세계 영화팬들로부터 '제발 3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일부에서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무엇보다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된 점이 기쁘다. 나 자신 또다시 가죽 점퍼를 입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오묘한 스릴까지 느꼈다. 물론 1탄, 2탄, 3탄 때 입었던 가죽 점퍼가 모두 다르긴 하지만 터미네이터에서의 가죽 점퍼는 나에게 '성공'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5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서 전라로 출연했다.어떻게 아직까지 이렇게 훌륭한 몸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생큐 (웃음).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오토바이 연습을 하다 사고가 났다. 뼈가 6개나 부러졌다. 그 때문에 한달 반에서 두달 가량은 트레이닝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불안했다. 1,2탄에서 선보인 몸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다. 때문에 20년 전 내가 보디빌딩을 할 때의 파트너를 불러 타이트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적어도 하루에 2~3시간은 몸을 만드는데 투자한 것 같다. 촬영 중에도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바로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하여튼 칭찬해줘서 고맙다. 돌아가거든 아내에게 '내 몸에 감사하라'고 해야겠다(폭소)."

-촬영 중 부상도 당했다고 하던데.

"이번 영화는 어느 때보다 액션이 많고 격렬했다. 폭발 장면이나 격투, 그리고 차량충돌 등 모든 장면에서 부상을 입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손 안에서 화약이 터져 부상을 입기도 했고 어깨를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소의 부상이 있어도 '이 영화만큼은…'이란 생각이 앞섰다."

옆에 있던 로켄은 "누드로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있는 데 맨발로 유리 파편을 밟아 버렸다. 그래서 유리조각이 수도 없이 발에 박혔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 빠졌다. 촬영 중간중간에 6개월간이나 병원을 다닌 끝에 겨우 마지막 유리조각을 빼내기도 했다. 그 땐 얼마나 기뻤는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 어느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지.

"역시 T-X와 격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장면은 인간 대 인간 또는 인간 대 기계가 아니라 2천t에 달하는 기계 대 기계의 전투였다. 인간은 벽에 부딪치면 튕겨나오지만 이건 바로 벽 자체가 부서지게 돼 있다. 그런 것들을 늘 머릿속에서 생각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갔다. 나에겐 그런 과정이 너무나 즐겁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아마 라스트 신은 이제껏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최고의 장면이 될 것이다."

-T-X역의 로켄과는 30세 이상 차이 나 아빠와 딸 같은 사이였을텐데.

"솔직히 처음에는 그녀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상대로 액션을 하는 게 꺼림칙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에게서 '날 남자로 여기고 맘대로 해달라'는 강한 부탁을 받아 연기하기가 편해졌다. 로켄은 촬영 도중에도 쭈그리고 앉아 계속 '난 터미네이터다.난 기계인간이다'라는 주문을 외우곤 했다. 기회만 된다면 그녀, 그리고 모스토 감독과 다른 영화를 같이 찍고 싶다."

-아무래도 '터미네이터 4'가 나올 것 같은데.

모스토: "아까 슈워제네거가 이야기했듯 '터미네이터 3'는 '터미네이터 2'가 끝난 후 팬들의 엄청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개봉되는 3편의 반응을 보고 4편을 만들지를 결정할 것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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