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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는 북한 은행 지점 90일 내 모두 폐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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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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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앞선 이날 원자재로 보이는 화물을 싣고 북한을 출발한 기차가 중국 단둥역에 들어서고 있다. [단둥=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3일 0시)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실험(1월 6일) 57일 만이다. 정부 당국자는 “결의안은 70년 유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며 “거의 모든 조항이 의무화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원천 봉쇄
WMD 관련 노동당 단체 자산 동결
단둥 오가는 북한 화물도 모두 검색
러시아 요구로 제재안 일부 수정
나진항 통한 러 석탄 수출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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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대북제재 결의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아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보다 광범위하게 북한 지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가 다수 추가됐다.

우선 금융 제재망을 촘촘하게 강화했다. 기존에는 ‘WMD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해외 자산만 동결할 수 있었지만 새 제재는 ‘WMD와 관련된 북한 정부와 노동당 소속 단체의 자산 동결’을 못 박았다.

북한 은행이 해외에 신규 지점을 개설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각국에 있는 기존의 북한 은행 지점도 90일 내에 폐쇄하게 했다. 북한 금융기관은 중국 등 해외에 수십 개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국제 금융 서비스망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 자체를 막아 WMD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촉구(call upon)’ 수준의 권고사항이었던 ‘캐치올(catch-all)’도 의무화했다. 캐치올은 안보리가 특정한 금지 물품이 아니더라도 WMD나 재래식무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트럭이나 핵 개발 연구실에서 쓰이는 방호복도 수출 통제 품목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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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해·공 봉쇄도 이번 제재의 핵심 중 하나다. 북한을 오가는 화물은 무조건 검색하도록 했다. 중국 당국이 단둥(丹東)을 오가는 북한 트럭의 화물을 검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엔 ‘금지물품이라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만’ 검색할 수 있었던 조항을 강화한 것이다.

북한에 항공기나 선박을 대여하는 것이 금지되고, 북한 선박을 소유하거나 빌리는 것도 안 된다. 북한의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은 입항을 금지해야 한다. 금지품목을 실었다고 의심되는 북한 항공기는 유엔 회원국의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이착륙도 허가해선 안 된다. 기존 제재에서는 권고사항이었지만 이번에 의무화했다.

북한산 금, 바나듐광, 티타늄광,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도 담았다. 다만 석탄·철·철광의 경우 ‘민생 목적으로, WMD와 무관한 경우’에 한해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북한에 로켓 연료를 포함한 항공유를 제공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새로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융이나 무역, 인적, 물적 여러 가지 분야를 망라해서 제재 조치가 도입돼 강력한 결의안이 됐다”며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 결의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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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합의했으나 러시아의 요구로 수정된 내용도 있다. 광물자원 금수조치 조항에서 ‘북한 나진항을 통한 외국 석탄의 수출은 예외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러시아는 나진항을 통해 자국산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

항공유의 공급·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에도 ‘북한 민항기가 외국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목적에 한해 재급유를 허용한다’는 예외가 붙었다. 이것도 사전에 안보리 북한 제재위에 신고하고 허용되는 경우로 제한된다.

정부 당국자는 “모스크바에 온 고려항공 비행기가 다시 평양으로 되돌아갈 때 필요한 양만큼은 항공유를 제공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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