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하던 헬스케어펀드 해 바뀌며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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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해 국내 펀드를 중심으로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던 헬스케어 펀드의 실적이 올 들어 부진하다.

환율·저유가에 관련 기업 주가 하락
클린턴 약값 공약도 부진의 원인
해외 상품 16%,국내 상품 2% 손실
“섣부른 매도 말고 시장 지켜보길”

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해외 헬스케어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6.3%다. 국내 헬스케어 펀드 상품의 평균 수익률도 -2.14%를 기록했다. 원화가치 하락과 저유가 등 대외 변동성이 커지며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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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원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출렁인데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지난해 많이 오른 제약·바이오주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손실 정도는 해외가 더 심했다. 한국펀드평가가 분류한 10개의 해외 헬스케어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을 낸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운용 규모가 가장 큰 ‘한화글로벌헬스케어’는 수익률이 -13.99%였다.

2013년 출시된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는 올들어 24.73%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나온 삼성픽테글로벌메가트렌드와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의 수익률도 각각 -5.67%와 -4.01%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6개 헬스케어 펀드의 수익률은 -5~1%대였다. 국내 헬스케어 펀드 중 운용규모가 가장 큰 ‘동부바이오헬스케어’의 수익률은 0.36%이다.

 해외 헬스케어펀드가 부진한 건 미국 시장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해 9월 약값 공약을 내놨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기업들이 약값으로 폭리를 취하는 건 못 참는다” 며 “만성·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월 250달러로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율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 완화로 지난해 미국 바이오주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던 데다 최근 경선에서 클린턴이 우세를 보이자 바이오주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국내 제약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제원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국내 기업 셀트리온의 바이오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시판을 승인하라고 FDA에 권고 했다”며 “국내 헬스케어 관련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매도에 나서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라고 조언한다. 헬스케어 시장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해외 헬스케어펀드도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 주식형펀드는 신규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펀드슈퍼마켓에 따르면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 펀드는 비과세 해외펀드 출시 첫날인 지난달 29일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가입한 상품이었다. 1위는 미국 성장주에 투자하는 AB자산운용의 ‘AB미국그로스증권’이었다.

 다만 신규투자를 할 경우 같은 헬스케어펀드라도 투자자산을 잘 살펴야 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린턴 경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약값 인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이 아닌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건강관리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94%로 국내외 헬스케어펀드 중 유일하게 1%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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