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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강남 30분 좋지만…" 2950원 비싼 요금에 '텅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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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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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퇴근시간대 강남역을 출발해 광교역으로 가는 신분당선 연장선의 열차 내부 자리가 대부분 비어 있다. 사진은 수지구청역 정차 때의 모습. [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 25일 오후 4시10분 상현역을 출발해 강남역으로 가는 신분당선 연장선 열차 안. 기자가 올라탄 D404호 객차에는 10명이 타고 있었다. 바로 옆 D304호 객차에도 1명뿐으로 전체 6개 객차 승객은 20명 정도였다.

외면받는 신분당선 연장선

 열차가 분당 정자역에 도착하자 자리가 차고 서가는 승객이 생겼다. 같은 날 오후 4시44분 강남역을 출발해 광교로 가는 반대방향도 비슷했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5시56분 광교발 강남행, 6시38분 강남발 광교행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신분당선 연장선이 ‘텅전철’(텅텅 비어 가는 전철)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수원 광교에서 강남 30분’이라는 강점에도 승객이 외면하고 있어서다. 비싼 요금 때문이다.

 연장선 광교역(경기대)에서 강남역까지 요금은 2950원(교통카드 기준)이다. 광역M버스 2500원보다 450원 더 비싸다. 연장선 내에서 한 정거장만 가는데도 최소 2150원이 든다. 서울역에서 오산역까지 1호선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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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금이 비싼 건 민간사업자인 경기철도의 수익 때문이다. 경기철도가 신분당연장선의 총 사업비 1조3618억원의 50.5%를 부담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국비와 광교개발금으로 충당했다.

경기철도는 민간사업자가 수요예측보다 낮게 나올 경우 손실을 보전해 주는 최소운임수익보장(MRG)제도가 폐지되면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신분당선과 연장선의 운영주체가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한 노선에서 환승요금 300원이 추가 발생한다.

 연장선 구간은 당초 수요예측에서 하루 평균 15만 명(2016년)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분당선 연장선이 하루 왕복 321회 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승객은 한 회당 467명이 이용해야 한다. 6개 객차로 나누면 한 객차당 78명씩 타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객은 예상의 절반 이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철도 박현우 경영관리 부장은 “이용객 수는 공개할 수 없다. 요금이 비싼 것은 운영수익 구조가 전적으로 운임비에 있기 때문”이라며 “요금 인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승객의 반응은 나뉜다. 지난 25일 상현역에서 강남까지 가는 이동혁(22)씨는 “버스가 요금이 싸지만 경부고속도로 상황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늘 불안했다”며 “신분당선 연장선이 생기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평소 광교역에서 양재로 간다는 양희영(34·여)씨는 “내릴 때 추가되는 1600원은 안 보고 탈 때 교통카드에 1250만원만 찍히는 것만 신경 써 비싼 줄 몰랐다. 요금이 비싸 부담이 크다”며 “앞으로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박경태 경기연구원 교통연구실 박사는 “정부가 초기에 보조금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통합요금제를 시행해 신분당선과 연장선 간 300원의 환승요금만이라도 내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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