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체취를 미끼로 모기 잡는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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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사람과 동물이 호흡으로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아주 좋아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 15년 동안 18% 감소했다. 또 모기 매개 질병에 의한 사망자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른 진전은 대부분 모기장과 모기약을 사용해 실내 말라리아 감염을 억제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널리 사용되는 지역에서도 말라리아 발병 건수는 여전히 많다. 실외에서도 모기에 물리기 때문이다. 실외 감염을 줄이는 것이 말라리아만이 아니라 뎅기열과 지카 바이라스 등 다른 모기 매개 질병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산화탄소와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 섞어 모기 유혹해 제거하는 장치 개발

탄자니아의 이파카라보건연구소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했다. 모기장 같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수단 대신 연구자들은 사람의 체취를 흉내 냄으로써 모기를 유인해 제거하는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을 찾았다. 그들이 개발한 장치는 ‘모기 착륙 박스(MLB)’로 불린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장치로 사람의 체취와 이산화탄소를 섞어 방출해 모기를 유인한다.

이파카라보건연구소 팀은 당밀을 효모로 발효시켜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모기는 이산화탄소를 매우 좋아한다. 사람과 동물은 호흡할 때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모기가 맛있는 혈액 식사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그 미끼 장치에 착륙하면 살충제를 흡입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말라리아 저널에 실린 관련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그 장치로 실험 대상 모기의 43∼63%를 속일 수 있었다.

지금까지 MLB는 그물이 쳐진 넓은 공간에서만 테스트했다. 다음 단계는 완전히 개방된 마을에서 그 장치를 시험하고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MLB를 어디에 어느 정도 간격으로 설치할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파카라보건연구소 팀은 그 장치에서 살충 방식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WHO에 따르면 모기는 추천된 살충제 4종 전부에 이미 내성이 생겼다. 연구팀은 모기약 대안으로 모기가 닿으면 감전사하는 소형 전기 장치를 고려 중이다.

모기가 미끼 상자 안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 하버드 말라리아 이니셔티브의 다이앤 워스 소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장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물 시스템에 강한 선택 압력을 가하면 생물체가 행동에서든 생물학적 차원에서든 그 압력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말라리아를 비롯한 모기 매개 질병을 퇴치하려면 아무리 완벽한 전술이라도 단독으론 별 효과가 없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질병이 더 널리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MLB처럼 실외 감염을 차단하는 접근법은 매우 중요하다. 워스 소장은 “단일 접근법은 효과가 떨어지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선 여러 가지 수단을 융합해야 한다.”

– 케이티 오카모토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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