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빌린 공유차량에 쓰레기 남겨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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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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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특정 물품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여러 사람이 공유함으로서 개개인의 비용은 낮추고, 편익은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차를 구입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차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카 셰어링(Car-Sharing)’은 대표적인 공유경제 관련 비즈니스다.

국내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2014년 100만명 선이었던 카 셰어링 이용자는 올해 300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일단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공유경제가 꺼져가는 성장 엔진에 힘을 불어 넣어줄 것이란 기대가 담겨있다.

 답답한 규제만 걷어내면 공유경제는 활성화될까. 사실 공유경제 활성화를 가로 막는 존재는 규제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이용자들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차를 공유하는 카 셰여링의 경우 당초 약속한 이용 시간을 지키는 것은 필수다. 10분 단위로 이용 시간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한 건 그만큼 시간을 잘 지켜 반납해 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는 의외로 많다. 카 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의 경우 지난해 민원 사항 중 가장 많은 비중(21%)을 반납과 관련한 불만이 차지했다. 직전 사용자가 차를 제때 반납하지 않거나, 약속된 장소에 차를 가져다 놓지 않아 다음 사용자가 곤경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차량 내 오물 등 관리 상의 불편을 지적한 이용자도 전체 민원의 11%였다. 자기 차가 아니라고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마구 버려둔 이도 다수였단 얘기다. 일부 이용자는 차량 이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으려고 차내에 부착된 각종 장치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카 셰어링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이용자의 이런 불편들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무인기반 서비스여서 한계가 있다”며 “한 번 불편을 겪은 이용자가 서비스 자체에 등을 돌릴 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호주 노동당은 ▶모두에게 접근권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규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는 좋은 급료와 노동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등의 ‘공유경제 활성화 6대 조건을 내걸은 바 있다. 사람들은 흔히 접근권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데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 이는 이용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용자 서로 간의 믿음이 전제돼 있지 않으면 공유경제는 활성화 될 수 없다.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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