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진출 1호 이천수 '돈방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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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특급' 이천수(울산 현대.사진)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빅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다. 빅리그란 세계에서 프로축구의 수준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3개국(스페인.잉글랜드.이탈리아)의 리그를 가리킨다.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축구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울산 현대는 4일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팀의 대리인과 이천수의 이적에 관해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천수의 계약 조건은 기본 3년 계약(옵션 1년 포함)에 이적료 3백50만달러(약 42억원), 연봉 50만달러(약 6억원)다. 연봉은 성적에 따라 상향 조정될 수 있고 차량.주택.통역을 지원받는다.

이천수의 이적료는 송종국.박지성.이영표 등 역대 태극전사들의 유럽 이적료를 크게 능가하는 최고 대우다. 이들 선수는 모두 2백만달러대에서 이적료가 결정됐다.

7일께 정식 계약이 체결되면 이천수는 15일 스페인 현지로 출국해 의료 검진을 받은 뒤 잠시 귀국했다가 이달 말 정식으로 레알 소시에다드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천수는 이번 계약으로 돈방석에 앉게 됐다. 우선 이적료 중에서 울산이 지난해 자신에게 지급한 계약금 3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 39억원 가운데 구단에 30%(11억7천만원)만 떼어준 뒤 나머지 70%(27억3천만원)를 챙길 수 있다.

통상 이적료는 구단 몫이지만 이천수는 2001년 말 울산과 계약할 당시 이같은 이면조항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거액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또 초상권을 구단과 본인이 50대 50으로 나눠 갖기로 해 앞으로의 활약에 따라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9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레알 소시에다드는 프리메라리가 2회 우승(81, 82년)을 차지한 명문구단이다.

이천수는 "제일 가고 싶었던 스페인에 진출하게 돼 기쁘다"며 "이천수라는 이름 석자를 세계 방방곡곡에 떨치는 선수가 되겠으며, 2년 뒤에는 일본의 나카다 히데토시(이탈리아 파르마)를 제치고 '아시아'하면 '이천수'가 떠오르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레알 소시에다드가 먼저 입단을 제의해왔으며, 조건도 좋아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레알 소시에다드에서도 오른쪽 날개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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