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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드 약정 30분 전 돌연 연기…미국과 대북제재 담판 앞둔 중국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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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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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세종 영상회의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국방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약정식을 연기했다. [뉴시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기 위한 실무협의 약정(TOR) 서명을 연기했다. TOR은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한·미 간 실무협의단 구성이나 회의 운영 방식 등을 담은 규범이다.

정부 “사드 문제 부각할 이유 없어”
외교부는 제재, 국방부 사드만 신경
청와대, 정부 내 혼선 긴급조율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오전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이 오늘(23일) TOR에 서명하고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서명이 하루나 이틀 정도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됐던 약정 체결 발표가 30여 분을 남겨 놓고 연기된 것이다.

 문 대변인은 그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오후 밴달 사령관이 국방부를 방문해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정부 간 진행 중인 대화(ongoing dialogue)가 끝나지 않았다. 이르면 내일(24일) 체결이 가능하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했다고 국방부 당국자가 전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지난 7일 발사한 뒤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협상을 공식 개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초 지난주 TOR 서명에 이어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늦춰졌다.

 TOR 서명 연기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중 외교장관들이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전 4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논의하기로 한 만큼 회의 결론도 나오기 전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드 문제를 부각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23일 오전 급하게 관계부처 간 조율이 있었고, 청와대가 관여해 사드 서명식이 연기됐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인사는 “국방부가 사드 문제에만 집착하다가 미·중 외교 담판을 간과한 것”이라며 “외교부와 국방부 간에 엇박자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큰 그림을 봐야 할 때”라며 “미·중이 대북제재안 담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가 될 요소를 하나라도 접어놓는 게 협상의 기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큰 그림’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강도를 좌우할 미·중 회담을 의미한다. ‘장애가 될 요소’는 중국이 “한 시간 내에 한반도의 사드를 공격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사드 배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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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중국 외교부는 22일 오후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23~25일 미국을 방문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의 갑작스러운 방미는 미·중 간 대북제재안 협의에 속도가 붙었고 이번 주엔 합의를 도출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해 말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가 있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관련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를 검토했으며, 미국은 비핵화가 협상의 부분이 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며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2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니퍼 파울러 미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제재 방안 등을 협의했다.

정용수·유지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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