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성장률 6.7%…다시 달리는 베트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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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시내는 거대한 공사장 같았다.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대림산업에서 짓고 있는 경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커다란 시멘트 기둥들이 올라가고 있고 가장자리 1개 차선으로 빽빽한 오토바이의 행렬이 경적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악몽 벗어나

 2014년 완공한 67층 높이의 롯데센터는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됐다. 지하엔 마트, 1~6층은 백화점, 상부는 레지던스와 호텔로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 중산층이 북새통을 이뤘다. 하노이의 ‘강남’으로 불리며 개발이 한창인 미딩 지역에는 종합운동장과 고급 아파트, 쇼핑센터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의 현지법인인 KIS베트남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도 투자자들이 몰렸다. 1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는 응엥 노옥 턱(36·회사원)씨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이해하고 나서 업종별 전망을 들으며 어떤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4년 동안 6번째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저앉았던 베트남 시장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세계경제 자금흐름의 변화,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의 필요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새로운 무역구조 형성 과정에서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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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07년 연평균 7.6% 성장했던 베트남 경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로 2009~2012년 성장률이 5%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6.7%를 기록했고 대외적인 악재만 없다면 앞으로 이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TPP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TPP가 2025년까지 베트남의 성장률을 13.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말레이시아 6.1%포인트, 뉴질랜드 2.2%포인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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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 예전부터 베트남이 제2의 중국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이제 중국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장기 성장률이 6%로 떨어졌지만, 베트남의 성장은 계속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DI와 외자계 기업의 급속한 유입은 베트남 정부의 정책이 부양 기조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출 증대→무역흑자 전환→국제수지 개선→환율 안정→수입 물가 및 인플레이션 하락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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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실물경제가 약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호찌민 거래소와 하노이 거래소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을 합해도 1362조 동(605억 달러)에 불과하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이 본격 팽창하기 시작한 2007년(316억 달러)에 비해 두 배 정도로 늘었다.

 달리 보면 성장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된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민영화와 증시제도 선진화 등을 통해 주식시장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의 과거 사례에서 보듯 결제일 단축과 일중 재매매 허용 등 일련의 조치는 베트남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은 “올해 베트남 증시는 수급 압력이 약한 가운데 소폭의 수요 우위가 예상된다”며 “매매심리는 2분기 이후에 호전될 전망이고, 베트남 VN지수는 추가 하락보다 상승 여지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주요 관심 업종으로는 IT, 유통, 부동산, 건설 등을 꼽았다.

하노이(베트남)=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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