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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통한 계열확장 첫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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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동부그룹의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이 지난해 취득한 아남반도체 주식 1천1백80만주(9.52%) 중 5%를 초과하는 5백60여만주(4.52%)를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3일 "동부그룹이 지난해 7월 이후 아남반도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계열 금융회사인 동부화재.생명이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을 어기고 아남반도체 지분을 초과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초과 지분을 즉시 처분하도록 명령하고, 회사에 대해 기관 문책경고, 대표이사에 대해 주의적 경고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고객이 맡긴 돈을 계열사 늘리기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 아닌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5% 이상(계열 금융회사 전체 기준) 취득할 때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지난해 동부건설.화재.생명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아남반도체 지분 25.82%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동부화재.생명이 금감위 승인절차를 밟지 않고 9.68%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동부화재.생명은 이 중 20만주를 지난해 9월 이후 처분했다.

금감원 보험검사국 관계자는 "두 회사가 아남반도체 주식을 인수한 주요 재원이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라는 점에서 고객재산을 이용한 부당한 자산 증대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1997년 금산법이 만들어진 이후 이 규정 위반에 대해 감독 당국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대기업의 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계열사 늘리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부생명과 동부화재는 금감원의 징계내용을 통보받는 즉시 아남반도체 주식을 매각해야 할 처지여서 아남반도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남반도체의 3일 종가는 4천3백70원이다.

보험업계에는 두 회사가 자금여력이 있는 동부그룹 계열사에 아남반도체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의 통보를 받은 다음에 회사의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초과지분을 장내 혹은 장외에서 매각할지는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에 현재로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2대 주주인 미국계 전자업체 암코가 아남반도체의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고 지분을 계속 매각하고 있어 지분처분에 따른 경영권 위협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봉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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