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집 동네 애월읍 땅 경매…감정가보다 7배 비싸게 낙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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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제주지방법원 경매법정.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의 임야 258㎡(86평)가 감정가(733만원)의 686.8%인 5040만원에 낙찰되자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건물을 짓기에 불리한 삼각형 모양의 땅인데도 감정가의 7배에 거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중국인 투자 바람에 내국인 가세
제2공항 예정지 성산읍 주변
도, 거래 과열 우려 허가구역 지정

이 경매에는 77명이 응찰해 애월읍 일대 부동산 열기를 반영했다. 애월읍이나 월정리 등 제주 해안가 땅들은 가수 이효리씨를 비롯한 셀렙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06년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제주도가 2010년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 이후 세계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한적한 휴양지였던 제주도가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게 된 것은 중국인들의 투자 바람에 인구 급증이 맞물린 결과다. 외지 인구 유입 과정에서의 셀렙의 투자나 최근 제2공항의 효과 등은 향후 제주의 부동산 가치를 추가로 높일 요인이다.

 중국인들은 투자이민제 시행 직후부터 제주도에 부동산을 ‘싹쓸이 쇼핑’ 하듯 사들였다. 현재 제주도에서 외국인들이 소유한 건축물(37만6703㎡)의 72.7%(27만9984㎡)가 중국인 소유다.

투자이민제 시행 초기 한라산 중턱에 리조트와 숙박업소를 짓던 중국인들은 최근 제주시 중심가 아파트에도 투자하고 있다. 제주도가 2010년 이후 외국인에게 발급한 거주비자(1330건)의 98.8%(1314건)를 중국인이 받았다.

 귀농·귀촌의 대상지로 제주가 손꼽히면서 외지 인구의 유입과 셀렙의 이주도 제주의 부동산 가치를 높였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외지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땅값과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인이 달궈놓은 부동산시장에 내국인들이 가세한 형국이다.

김두한 JDC 홍보실장은 “2012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본사를 제주로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넥슨네트웍스나 이스트소프트 등 IT(정보기술)·BT(생명공학) 같은 친환경 업체들이 대거 이전하면서 제주를 주목하는 내국인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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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64만 명을 돌파한 제주 인구는 매달 1600명 이상이 이주할 정도로 외지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토지 거래 매입자의 39.8%가 외지인들이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전체 토지거래량의 20.1%를 차지했으며, 제주도민은 60.2%였다.

향후 제주도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변수는 제2공항이다.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일대 495만8000㎡ 부지에 공항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난달 거래된 이 일대 농지는 7800㎡가 10억원에 거래됐다. 2004년보다 7배 이상 뛰었다.

토지주였던 이모(71)씨는 “5~6년 전부터 힘에 부쳐 농사를 그만두려 했는데 5배가 넘게 올라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과열을 우려해 성산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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