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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애플 재도약의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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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면

미국 애플이 기로에 놓였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다시 내줬다. 시장은 이미 성숙했고 샤오미·화웨이와 같은 중국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거세다. 애플은 2019년 출시를 목표로 자동차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새로운 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 AP=뉴시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 들면서 애플의 아이폰 판매실적이 흔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급률이 50%를 넘으면 시장을 성숙기 단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이상이 되는 국가들은 2015년 9개 에서 2016년에는 12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는 스마트폰 성장률이 처음으로 한 자리 숫자인 7%에 그칠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점차 접어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모건스탠리

스마트폰 시장 성숙으로 상승세 꺾여스마트폰 시장의 성숙 이외에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도 아이폰에 큰 위협이다. 샤오미는 제품의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저가 정책 전략을 구사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화웨이·ZTE등의 중국 기업들이 샤오미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게 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제품의 성능으로 차별화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를 높이는 중국 기업들의 전략은 프리미엄 제품을 고수하는 애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외부에서 오는 위협으로 아이폰의 판매실적은 휘청이고 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애플의 판매실적은 꾸준히 성장했다. 2015년에 사상 최고치인 2억 3120만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아이폰 판매실적이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판매실적을 2억1800만대로 전망했다. 전년대비 5.7% 감소한 수치다.


아이폰의 판매 저조는 애플에게 큰 타격이다. 애플 총 매출액의 60%를 아이폰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이폰의 판매실적의 첫 감소는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주식시장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2015년 상반기만 해도 애플의 주가는 130달러나 되었다. 그러나 2015년 11월부터 애플의 주가는 하강곡선을 그렸고 올 1월에는 애플의 주가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23% 가량 하락한 셈이다. 이로 인해 애플 시가총액 500억 달러가 허공으로 증발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애플은 자동차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2014년에 미국 언론사들은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19년 애플카 출시를 목표로 비밀리에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개발을 위한 애플의 인재영입도 눈에 띈다. 특히 테슬라의 핵심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머스크가 “그들(애플)은 우리(테슬라)가 해고한 사람을 고용한 것”이라며 “우리는 애플을 ‘테슬라 무덤’이라고 부른다”고 말했을 정도다. 자동차 배터리 업체인 A123은 연구개발 핵심인력이 애플로 이직하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애플카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애플카 또한 구글카처럼 자율주행자동차일 확률이 높다. 애플은 이미 미국 특허청에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 45건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에는 그래픽카드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담당 엔지니어인 조나단 코헨 등 딥러닝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전혀 새로운 산업인 자동차산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애플에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바보 같은 짓일 수 있다. 그러나 바보 같은 무모한 도전이 새로운 바람을 몰고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애플의 도전은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유명 디자이너 프랑코 그라시가 예상해 그려본 애플카의 이미지.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세련미를 갖췄다.

3D 프린팅 등 새로운 제조방식 필요먼저 애플의 자동차산업 진출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 자동차산업의 기업들은 자율주행차가 기존의 자동차 산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IT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망설이고 있었다. 대신 운전보조시스템(ADAS)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애플의 자율주행차 개발 소식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구글과 애플이 선의의 경쟁구도를 만들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이 활기를 띠게 됐다. 뿐만 아니라 애플이 자동차 생산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소식은 자동차 업계를 긴장감에 몰아넣었다. 특히 애플카가 자율주행차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은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싫든 좋든 자율주행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부터 BMW·아우디 등이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고 있다.


둘째, 애플카 출시는 3D프린팅 사업을 더욱 더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3D프린팅과 관련해 애플을 주목할만한 이슈는 별로 없다. 그러나 자동차를 직접 개발하려는 애플에게 3D프린팅 도입은 필수적이다. 아이폰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 수는 수십여 개인 반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품 수는 2만개에 가깝다. 자동차 제조에 노하우가 전혀 없는 애플이 기존 방식으로 수많은 부품들을 생산하거나 관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3D프린팅과 함께 로컬모터스가 주목 받고 있다. 로컬모터스는 자동차 제조회사로서 3D프린팅을 도입해 자동차 제조과정을 단순화 했다. 가령 기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수는 약 2만개였는데 3D프린터 도입으로 부품수를 40여개로 줄였다. 자동차 제조에 취약한 애플에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더욱이 맞춤형 생산도 가능하다. 따라서 애플카를 생산한다면 반드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애플카는 IT와 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007년에 아이폰을 출시했다. 기존의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애플의 성공신화는 수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개발하게 했다. 이는 스마트폰 기술의 상향평준화로 이어졌다. 아이폰 출시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 제조업체만 1300여개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서 자율주행자동차로 성공을 거둔다면, 수많은 IT기업들이 애플의 성공모델을 모방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자동차 생산과정이 복잡하지만 3D프린팅과 같은 생산과정의 혁신은 충분히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치 예전의 모바일 진입장벽이 애플에 의해 깨진 것처럼 말이다.


윤리적 문제 해결이 성패 가를 것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법적인 문제다. 구글은 이를 해결하려고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운행허가를 받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인다. 2011년 6월에 최초로 네바다 주에서 자율주행 운행 법안을 통과시켰고, 플로리다·캘리포니아·워싱턴 D.C·미시건·테네시에서도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구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자율주행차의 법적 책임이 모호하다. 보통 자동차 사고시 대부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해킹으로 인한 사고 발생시 책임의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보험처리의 기준도 모호해 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의 도쿄해상일동화재에서는 자율주행차 확산 시 법적 책임 및 보험처리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리적인 딜레마도 있다.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자동차 사고로 어린 소녀와 함께 물 속에 빠진다. 그리고 주인공이 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로봇은 주인공을 구한다. 이 장면은 ‘생존할 확률만 가지고 어린소녀 대신 어른을 구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10월 MIT테크놀로지 리뷰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스스로를 부수게 프로그램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이런 딜레마를 다뤘다. 도로에 무단횡단자 한 무리가 나타났다. 직진하면 여러 명을 치게되고 운전대를 꺾으면 보도에 서 있는 한 명이 다치거나 죽게 된다. 만일 자율주행차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혹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 사람이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런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 이후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만약 직진하면 한 명을 치게 되고 꺾으면 자동차 탑승자 네 명이 죽거나 다친다면? 직진하면 여러 명을 치게 되고 꺾으면 운전자만 사망하게 된다면?


이같은 상황을 놓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희생자의 수가 적은 방향으로 자동차가 프로그램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기 자신은 그렇게 프로그램된 차를 타기를 꺼려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운전자의 60% 이상이 자동 운전보다는 스스로 운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기술보다 이런 법적·윤리적·심리적 문제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애플카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다. 과연 혁신 기업다운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유성민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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